흔히「미신」이란 한마디로 배척해버리는「샤머니즘」이 미쳐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일상생활은 물론 종교생활에까지 깊이 침투, 각종 기현상을 빚고있다. 이렇듯 전통적인 민족고유의 신앙풍토 위에 선교와 토착화를 외치고 있는 기독교의 당면과제는 이를 좀 더 깊이 인식하고 이에 대처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에 지난 1월23일부터 2월2일까지 왜관 피정의 집에서 전국의 교리교사 1백명을 대상으로 유명교수들을 초빙 불교유교 신흥종교 민간신앙 및 샤머니즘 등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다음은 그 중 신흥종교와 민간신앙 그리고 샤머니즘에 대한 강의를 간추린 것이다.
▨신흥종교
구한말, 1860년대의 동학란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신흥종교는 오늘날 13계통의 2백60개 종단으로 구분될만큼 많아졌다.
이와같이 신흥종교가 발생하게되는 동기는 ①사회적 불안에서 현세에 대한 회의를 느낄 때 ②기성종교가 종교로서의 본래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③인생문제에 있어 궁극적인 해결을 못줄때 흔히 나타난다.
이러한 신흥종교는 대부분이 사회의 하부계층인 서민층과 무식층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병을 고쳐준다든가 살기좋은 새로운 세계가 도래한다 등 현세적 이익으로 매혹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시 말하면 병고에 신음하거나 가난에 시달려 지칠대로 지쳐있는 인간의 절박한 요구에 편승해서 나타난다.
이와같은 신흥종교는 흔히 민족고유의 민간신앙이나 샤머니즘의 사상과 불교ㆍ유교ㆍ기독교 등 大宗敎의 교리를 혼합해서 만들어진다.
신흥종교의 본부 분포현황을 보면 경기도가 65개로 제일 많고 다음이 충남의 계룡산과 전북의 모학산은 신흥종교가 집중적으로 모여있는데 그 중 계룡산에 본부를 두고있는 종교가 25개이며 모학산에는 30개가 있다.
그런데 특기할 현상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55개나 되는 신흥종교의 본부가 있고 대전이 20개, 대구ㆍ부산이 각각 15개가 있어 대도시에 많다는 점이다.
이와같이 큰도시에 신흥종교가 많이 모여있는 현상은 정부의 신흥종교 단속 방침에 따라 대도시에서 음성적인 포교가 용이하며 또 돈 벌기가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외에도 농촌인구의 도시집중화에서 생기는 실업자와 서민대중의 생활불안을 종교적 힘으로 벗어나보고자 하는 심리적 힘의 작용으로도 그 원인을 분석해 볼수 있다.
▨민간신앙
지난해 문공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현재 한국 국민의 60%이상이 종교를 믿고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실제적인 종교인 수효는 약 20%로 추산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것 같다. 이것은 결국 국민 전체의 8할이 아무 종교도 갖고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서 말하는 종교는 불교ㆍ유교ㆍ기독교 등과 같은 대종교와 신흥종교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지만 사실상 우리 민족 고래로부터 전해오는 민족 고유의 민간신앙에 대부분이 젖어있다.
이같은 사례는 고층건물을 지을때 반드시 고사를 지낸다든가 매년 입학 때나 선거 때가 되면 점장이를 찾는 사람들이 허다하고 정초에 토정비결을 보는 도시인의 수는 전체 70%로 나타나는 것을 보아 능히 할수 있다.
이것은 곧「無敎는 巫敎」와 상통한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이런 의미로 볼 때 민간신앙은 종교와는 다른것을 알수 있다. 민간신앙은 현세적이고 나 자신의 이익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다. 남을 사랑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며 자신을 희생한다는 정신이 없다. 남이 잘못되더라도 자기에게는 해가 없기를 기원한다. 심지어는 남이해를 입도록 빈다.
특히 신흥종교나 민간신앙은 한민족의 선민사상을 고취시키고 한국의 세계의 중심이라고 하며 신천지는 한국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가르친다.
민간신앙의 理와 氣기의 사상은 동식물도 오래되면 氣化해서 신격化된다고 한다.
그래서 닭은 3년 개는 10년 이상은 기르지 않는다. 고목을 자르면 천벌을 받게되고 신격화된 고목은 인간의 온갖 기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결국 민간신앙의 철저한 다신론적 사상은 모든 물건을 신격화시킨다.
▨샤머니즘
민간신양의 일종으로 민간신앙 형성에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는 샤머니즘은 주술사를 매체로 신앙의 힘을 빌어 병마와 악령 등의 재앙을 물리치고 인간의 기원과 욕망을 성취시킨다고 믿고있다.
우리나라에서 샤머니즘으로 대표되는 것은 무당을 들수 있는데 이같은 사상은 우리 민족의 발생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샤머니즘은 밖으로부터 대종교들이 전래된 후에도 밀려나지 않고 오늘날까지 끈덕지게 생존해있을뿐 아니라 오히려 외부로부터 타종교가 들어올때 샤머니즘은 언제나 수용기반이 되어 타종교를 토착화시켰고 그 하부구조에 파고들어 습합(習合)작용을 하고있다.
먼저 불교가 고구려를 거쳐 신라에 처음 들어왔을때 샤머니즘은 이와 심한 충돌을 일으켰다. 그러나 불교는 차츰 샤머니즘과 습합하고 토착하여 놀라운 불교문화를 창조했다.
불교는 습합과정을 통해 민중과 가깝게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불교가 지닌 신앙 본질에 변질을 초래했다. 법항 스님이 지적한대로『불타의 슬기롭고 자비스런 가르침을 펴야할 사원에서 불타의 뜻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무속이 행해지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날 불교의 사원안에 있는 산신각ㆍ井神ㆍ神衆신앙 등은 샤머니즘적 요소의 잔재인 것이다.
다음으로 유교는 오래전에 이 땅에 들어와 이조시대에 그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그 교리가 너무 어려워 무식한 군중이나 부녀자들 사이에 파고들지 못했다. 불교가 배척을 당하여 산중에 밀려난 후 민중의 빈 마음을 채워준 것은 종교성이 희박한 유교가 아니라 오히려 샤머니즘이었다. 결과적으로유교는 부녀자들과 민중을 무당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고 말았다. 유교는 오늘날 문묘제를 지내는 일 외에는 공적인 신앙행사를 찾아볼수 없다. 유교의 조상숭배는 일찍부터 전해온 샤머니즘의 조상숭배와 습합되었다. 그러나 유교의 관혼상제와 도덕적 규범은 아직도 민중 사이에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끝으로 기독교는 유일신교를 표방하여 처음부터 샤머니즘과 대결하는 선교전략을 폈다. 김동리의「巫女圓」는 그 단면상이나 오늘도 기독교는 공적으로 샤머니즘을 미신이나 우상숭배로 배격한다. 그러나 어느새 기독교 안에도 샤머니즘이 침투, 각종 부흥회를 비롯하여 기도원이나 사설제단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입신ㆍ接神ㆍ진동ㆍ투시 등의 광신족의 현상속에서 샤머니즘적 형체를 쉽게 찾아볼수 있다. <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