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글성서역사, 교회창설부터 시작

고국상
입력일 2020-06-05 11:46:12 수정일 2020-06-05 11:46:12 발행일 1986-01-12 제 148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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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직해」「성경광익」등 번역으로

본격적 국역은「사사성경」이 처음
개신교는 한국진출 전부터 외국서 시작
공의회 이후 성서번역ㆍ반포ㆍ성서공부 활발히 전개

한글 성서의 역사는 당연히 개신교보다 1세기 앞서 한국땅에 복음화를 뿌리내린 천주교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본격적인 한글 성서의 발행은 천주교보다 한세기 뒤에 전파된 개신교에 의해 전개됐으며, 이후 개신교의 활발한 성서 반포활동은 성서반포에 있어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교세확장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한국천주교는 성서번역과 반포활동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다가 제 2차「바티깐」공의회 전후로해서 성서번역과 반포활동 그리고 성서공부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같은 성서공부의 열의에 부응, 주교회의는 지난 춘계총회에서「성서주간」을 설정, 지난해 11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성서주간을 지낸바 있다. 성서주간 설정을 계기로 성서의 생활화를 위해 성서의 국역사(國譯史)를 요약해 본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전거(典據)는 바로 성서(聖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전파 이후 성서는 1천 9백여 개의 언어로 번역, 전세계 그리스도 교인들에게는 신앙의 길잡이로 비그리스도 교인들에게는 정신가치의 척도로 인류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어왔다.

우리나라의 성서국 역사는 천주교 창설직후인 18세기 말 천주교의 부분적인 성서국역을 시작으로, 19세기말과 20세기초 개신교의 1960년대 후반 천주교와 개신교의 공동성서국역, 그리고 1970년대 후반부터 천주교의 독자적인활발한 성서국역전개 등으로 대별된다.

성서국역사업은 한국천주교회 창설 직후부터 시작됐다.

성서국역은 1790년대초 역관인 최창현 등 일부 신자들에 의해 성경직해(聖經直解) 성경광익(聖經廣益) 등 성서의 일부가 수록된 한문본이 번역되었고 1839년 앵베르범 주교 때 역시 성서의 일부가 수록된「천주성교공과」가 있었음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 책자들은 모두 일상의 기도생활에 필요한 성서의 일부 내용만을 발췌번역한 것으로서 본격적인 성서국역의 작품은 아니었다.

본격적인 성서국역은 오히려 천주교보다 1백년 늦게 우리 나라에 들어온 개신교에 의해 시작됐다.

개신교는 우리나라에 진출하기 전에 이미 성서국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개신교의 성서국역은 만주에서 선교하던 로스목사, 평신도 이응찬ㆍ백흥준 등에 의해 1882년「누가복음」을 1887년「예수성교전서」를 각각 만주에서 간행했으며, 일본에서 개신교인이 된 이수정은 1883년 현토한한신신약성(懸土漢韓新約聖書)를 간행했다.

이같이 개신교는 우리나라 진출 전에 이미 만주와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한글 성서를 간행, 1882년 한미조약 이후 미국 선교사들은 국역성서를 갖고 입국했다.

우리나라에 입국한 개신교 선교자들은 1887년 성서번역위원회와 성서위원회를 조직, 1900년에「신약전서」1911년에「구약전서」를 번역, 신구약을 합본한「성경전서」를 간행했다. 이「성경전서」는 1956년「성경전서개역 한글판」으로 개정간행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개신교보다 1백년이나 앞선 천주교는 신구약 합본성서를 완역간행했을때인 1910년에야 본격적인 성서국역인 사사성경(四史聖經)을 간행했다. 4복음서인「사사성경」은 라틴어 성서(불가타역)를 번역한 것으로 4복음서 중 마태오 복음서는 손성재 신부가 나머지 세복복음의 번역과 전체역주는 한기근 신부가 담당했다. 10여년후인 1922년 다시 한기근 신부의 번역으로 사도행전 번역서인 종도행전(宗徒行傳)이간행됐다.

이후 선종완 신부 윤형중 신부 최민순 신부와 서창제 교수 등에 의해 1950년대에 천주교에서는 뒤늦게나마 처음으로 구약번역에 착수했다.

그러나 구약번역은 1958년부터 1963년까지 구약 46권가운데 13권을 번역간행했으나 제 2차「바티깐」공의회의 그리스도교 재일치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968년 개신교와 합동으로 신구약성서 공동번역위원회가 조직됨으로써 천주교의 독자적인 구약번역은 중단되고 말았다.

신구약성서 공동번역 위원회는 1971년 「공동번역성서」를 간행, 천주교에서는 처음으로 완역된 성서를 가질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공동번역성서는 천주교에서는 전폭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반해 개신교에서는 이를 외면, 「성경전서개역 한글판」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번역 성서는 당초의 그리스도교 재일치라는 목적에 부합되지 못하고 있을뿐 아니라 주석이 없어 천주교에서 성서를 깊이 연구하려는 이들에게 새 번역 성서의 출현이 자연스럽게 요구돼왔다.

이에 부응하여 천주교 성서학자들이 2백주년 기념의 일환으로「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성서」편찬작업에 착수 신약성서를 단편으로 간행하기 시작했는데 86년까지 신약성서를 완간하면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그리고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성서는 신약성서를 완간하면 87년부터 구약성서 간행에 착수할 계획이어서 지금같은 추세로 볼 때 천주교가 단독으로 완간하는 신구약합본 성서는 90년대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