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눈물의 혼인성사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20-05-12 수정일 2020-05-12 발행일 2020-05-17 제 319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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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세례 받은 말기암 신자
병동 팀장 수녀 제안으로 진행

4월 24일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에서 혼인성사를 받은 말기 암환자 A씨 부부에게 권대진 신부(사진 오른쪽 두번째)와 병원 관계자들이 축하 행사를 열어주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병원 제공

말기암으로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의료원장 송재준 신부)에서 투병하고 있는 30대 여성 신자가 병원 측의 배려로 혼인성사를 받아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에서 30대 여성 환자 A씨와 남편 B씨의 혼인성사가 권대진 신부(대구 성안드레아본당 주임) 주례로 거행됐다. 이들 부부는 결혼 후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혼인성사를 받지 않았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된 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 팀장 이현미(엘리사벳) 수녀가 제안해 혼인성사가 진행된 것이다.

A씨는 5년 생존율 10% 미만으로 불리우는 신세포암 4기 환자다. 지난해 1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신장 적출술을 받았으나 그해 8월 림프절과 폐 등에 재발했다. 지난 3월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서 면역 항암제 치료를 받았지만 병세가 지속돼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슬하에 6살 난 아들이 있는 이들 부부를 위해 병원 측은 혼인성사를 통해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현미 수녀가 혼인성사 전체 과정을 총괄했고 많은 이들이 행사 물품 마련에 도움을 줬다. 이들 부부에게 세례를 줬던 권대진 신부가 혼인성사 주례를 흔쾌히 승낙했고 담당 교수와 병동 간호사들이 함께 모여 축하했다.

부부는 어린 아들을 옆에 두고 서약하고 반지를 교환하며 눈물을 흘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들도 안타까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B씨는 “지금 이 순간 하느님께 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시간이 여기서 멈췄으면 하는 것”이라며 “혼인성사를 하게 돼 너무나 기쁘고 병원 측에서 세심하게 배려해주시고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