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 20여년 전 일이라 좀 까마득한 추억담이라 할 수 있겠지만 시골본당에서 겪은 한토막의 스릴이다. 1951년 늦가을쯤 아직 전진(戰陣)에 쌓여있는 임지에 와보니 성당 하나는 전화에 그 자취조차 볼 수 없었고 또 하나는 폭격에 지붕이 무참히 날라가 버리고 있었다. 터를 닦고 집을 짓다보니 사목면에는 눈길 돌릴 겨를이 없었다.
사람은 죽으랴는 법은 아닌상 싶다. 본당신부가 전교를 못하는 대신 마귀가 나서서 많은 사람을 귀화시켰다. 이 고장은 부마자가 많기로 유명한곳이어서 두메산골 한동네에 두 여인이 시달리고 있었다. 본당의 열심한 할머니들은 마귀 떼어주기로 프로선수들인지라 이네들을 자기집에 데리고 와서 구마의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성수를 뿌려주면『아이 따갑다』고 하고 베네딕또 성인의 패를 메워주면 어느새 잔등쪽으로 돌리고 성당에는 무서운 사람이 있어서 못 들어가겠다고 하고 억지로 성당엘 끌고들어가면 마루바닥에 얼굴을 대고 쳐들어 들지않고 기도를 같이 바치려도 입을 좀체로 열지 않는다. 하루 이틀 미사에 참예하며 주의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하면 순순히 말을 잘 듣다가 대개 일주일 후에는 졌다고 고함치며 까무라 쳤다가 깨나면 온전한 사람이 된다. 이네들로 인하여 50명의 동네사람들이 개종 입교하여 큰 공소를 이루었다. 말하자면 마귀가 전교한 셈이고 마귀의 신세(?)를 톡톡히 진 셈이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오늘도 도시본당이지만 역시 자칭 부마자들이 심심찮게 찾아온다. 그들은 자기가 병에 걸려 있음을 깨닫고 싶지 않으므로 차라리 마귀의 소행이라고 돌리고저 한다. 거의 모두가 노이로제이거나 성격장애 정신병 환자들이다. 말하자면 가짜 부마자들이다.
나는 가차없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라고 정신과 병원을 소개해준다. 진짜 부마자라면 한번 마귀와 대결을 하고싶은 충격도 든다. 하지만 이들은 종교영역에 속하는 자들이 결코 아니다. 종교인이 만일 정신병을 척척 고쳐준다면 정신과 의사들은 손을 바짝들고 병원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