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교구를 비롯、대구ㆍ인천ㆍ수원ㆍ대전교구 등은 본당 및 교구관할 공원묘지가 조만간 만장 (滿葬) 상태에 육박할 것에 대비、그 타개책으로 납골당(納骨堂) 식 묘지 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이 같은 교회의 납골당식 묘지로의 대대적인 전환계획은 납골당이 풍수지리설에 젖어있는 한국인의 심성에 아직 낯설고 이질적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얼마나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구 그리스도교 사회에서 널리 보편화된 납골당식 묘를 한국교회가 전폭적으로 수용케 된 것은 경비나 관리상의 문제보다는 토장을 위한 묘역이 포화상태이며, 막상 교회가 현재와 같은 공원묘지를 조성키 위해 허가를 신청해도 정부의 방침에 의해 거의 허가가 나지않아 납골당화 하지 않으면 교회의 전공원묘지가 폐장의 위기에 몰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의 경우, 본당 및 교구관할 묘지의 90% 이상이 매장된 상태이며, 지난 9월 11일 7백mm이상의 집중 폭으로 지반이 붕괴, 엄청난 손실을 입은바 있어 장기적 묘지관리대책을 위해서도 납골당의 도입을 적극 모색하고있다.
현재 대구대교구는 금년 3월 경북 군위군 공원묘지내 성당 지하실에 3백평 규모의 납골당식 묘지 조성을 추진해오고 있다.
서울대교구도 용인공원묘지 옆 10만평을 매입, 3년간 보사부와 교섭한 끝에 지난 8월 29일 산림보존지역에서 개발촉진지역으로 용도변경 허가를 받고 91년도부터 본격적인 납골당 묘지체제로 돌입할 예정이다.
또한 인천ㆍ수원ㆍ대전교구에서도 하루빨리 납골당식 묘지 조성을 서두르고 있으나 탈골(脫骨) 기간인 15~20년동안 매장되어야 할 토지에 대한 매입을 정부가 허락해주지 않고 있으며, 제3의 명목으로 토지를 매입、공원묘지를 조성할 경우 법인 과다보유라는 이유로 엄청난 세금을 물리고 있어 폐장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미온적 태도는 정부 납골당묘지 조성에 대한 뚜렷한 실행지침이 없고, 조성허가권이 각시, 도지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음을 감안할 때, 교회가 납골당묘지의 효율성과 시급성을 홍보하여 정부가 적극 협조하도록하는 지속적인 건의가 요청되고 있다.
교회가 납골당식 묘지를 운영할 경우 연간 5천여명에 이르는 신자 사망자들을 별무리 없이 반영구적으로 수용ㆍ안치 할 수 있으며, 관리가 용이하고 천연재해와 무관하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신청자의 원의에 따라 선조들이 묻혔던 분묘를 대래로 재활용해 혈연의 연속성을 일깨울 수도 있고, 5~8평형의 가족식 납골당을 만들어 번거롭지 않은 성묘와 연도를 드릴수도 있게 된다.
서울대교구 관할 용인공원묘지의 경우 현재 20만평의 토장식 묘지에 1만2천기가 매장돼 만장상태에 이르렀는데 내년3~4백평의 납골당을 조성하면 현매장량의 42%에 달하는 5천기 정도를 한 건물안에 안치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교회는 납골당 건립 방식으로 성당 축조식과 계단 삽입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성당축조식이란 정방형 건물 속에 목욕탕 탈의장식으로 칸막이를 만들어 오동나무에 유골을 싸서 집어넣고 대리석으로 봉합하는 방식이며, 계단삽입식은 산에다가 계단식으로 콘크리트 건물을 지어 옆에서 관을 밀어넣는 방식이다.
서울을 비롯한 인천ㆍ수원교구는 이 같은 납골당을 운영할 경우 유족들에게 미리 계약성서를 작성케해 15~20년 후 탈골이 되면 의무적으로 납골당에 안치된다는 원칙하에 신청을 받기로 하고 있다.
또한 각 교구 관리국장 신부들은 아직 신자들이 조상의 유골을 서랍식 납골당에 안치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음을 염려, 주교회의를 통해 납골당의 당위성에 대해 공식천명해줄 것과 각본당차원에서도 지속적 홍보를 통해 납골당의 필요성과 이매장방식이 효경과 신앙에 전혀 하자가 없음을 각성시키는 일이 성행되어 주기를 요망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관리국장 박신언 신부는『영혼불멸을 믿는 신자들이 토장에 너무 연연해 교회묘지를 폐장상태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일반인보다 앞서 신자들이 의식변화를 일으켜 납골당 추진에 적극 협조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교회내 납골당식 묘지조성이 정상화 궤도에 들어서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은 물론 교회의 지속적인 홍보와 사목자들의 솔선수범、그리고 신자들의 의식변화를 잘 어우러져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