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냉담자문제 심각하다

조남호 기자
입력일 2019-07-18 15:37:39 수정일 2019-07-18 15:37:39 발행일 1990-10-21 제 1726호 1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전신자의 55%가 냉담상태
무관심ㆍ소외감 심화로 발길 끊어
재교육ㆍ단체가입 활성화시켜야
1961년 교세통계표상 처음으로 등장한 이래 냉담자 문제는 신자증가에 비례하여 증가하면서 복음화와 함께 한국교회의 가장 큰 현안문제로 대두된지 이미 오래이다.

더욱이 교적상의 냉담자를 비롯 제2의 냉담자인 거주불명자와 주일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제3의 냉담상태까지 합하면 교적상 총신자수의 절반을 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천주교중앙협회가 집계한 80년대 교세통계에 따르면 평균 신자증가율이 7.54%를 기록하고 있으나 82년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냉담자 5.23% 거주불명자 6.93%로 점진적으로 증가. 89년말 현재 총신자수의 22.9%가 교회와 멀어져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유아들과 특수상황으로 주일미사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이들을 감안하더라도 냉담자 및 거주불명자 외에도 약 35%정도의 신자들이 교회에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으로 추산돼 총 55%정도가 실질적으로 냉담상태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근거는 교구별 주보 발행부수로 주일의무를 다하는 신자들을 잠정 추정해보면 평균 30%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서 알 수있다.

서울ㆍ대구ㆍ광주 등 대교구의 경우만 보더라도 89년말 현재 서울대교구는 총신자 91만4천여명에 32만1천부、대구대교구는 24만5천여명에 6만8천4백부, 광주대교구는 17만5천여명에 6만1천3백여부를 발행해 본당에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주보발행부수는 이용율에 따라 약간의 유동성은 있으나 본당별 주문량은 거의 고정적이며, 이 주문량이 주일신자들의 미사 참례도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6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 이로 인한 도시집중화 현상에서 비롯된 거주 불명자들은 기존 냉담자에 비해 소재조차 파악할 수 없는「제2의 냉담자」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거주불명자는 숫적인 면에서 계속 증가, 80년대에는 숫적인 면에서도 교적상 냉담자를 능가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성장과 내실화에 결정적인 장애요인으로 나타나고있는 냉담자 및 거주불명자 증가문제는 사목적 측면과 신자 개인적 측면에서 그 원인이 지적되고 있다.

사목적 측면에서 냉담자 증가를 부추긴 원인들로는 △양적 팽창에 치우친 교세확장정책 △신자재교육의 부족 △본당 대형화에 따른 소외감의 심화와 사목자들의 관심부족△신앙 소공동체 활성화미진 △거주불명자에 대한 미진한 대응조치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중 냉담자 급증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본당 대형화현상은 신자와 신자, 사목자와 신자간의 유기적 관계를 차단하고 인격적 만남보다는 사무적 사목체계로 전락, 삭막한 본당공동체를 형성케돼 신자이탈률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본당사목자들은 양적팽창에 치우친 교세확장정책과 신자재교육의 부족현상이 계속될 경우 냉담자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며 결국 한국교회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악순환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목국장 김인성 신부는 『대량영세 후 지속적인 후속조치가 없는데다가 본당대형화에 따른 친교의 장 결여가 냉담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 『신자재교육과 직업. 직능별 신우회를 활성화시켜 이탈해가는 냉담자들을 교회로 모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자별 냉담사례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냉담의 심각한 원인 중의 하나로 혼인조당과 첫영성체교육의 결여가 장애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외에도 냉담원인은 △사업상 성당에 갈 시간이 없어서 △가정불화가 있으니까 △직업상 양심의 가책을 받으니까 △교무금이 밀려서 △판공성사를 못봐서 △귀찮아서 등 주로 가정이나 개인신상을 이유로 냉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진학이 어려워지자 중ㆍ고등부학생신자들의 냉담률이 부쩍 늘어가고 있는 추세로 알려졌다.

이렇게 볼 때 냉담자들은 심각한 신앙적 회의보다는 개인신상과 관계된 이유와 교회의 무관심ㆍ신앙재교육의 부재로 별의식없이 교회와 멀어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본사 냉담자 설문조사(85년 10월 20일자)에서 응답자 중 28%가 「꼭 나가고 싶다」14.5%가 「나가고 싶은데 망설여진다」49.5%가 「때가 되면 나가리라고 생각한다」등 92%에 달하는 냉담자들이 다시 교회에 나갈 뜻을 비추고 있어 냉담자의 재흡수 문제는 교회의 적극적 관심에 관건이 달려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현재 냉담자 재흡수 방안으로 △본당별 냉담자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이에 따른 적절한 신앙재교육의 실시 △예비자 교리교육기간의 철저한 준수 △구역모임 활성화를 통한 맨투맨식냉담자 접촉 △본당사목자와 수녀들의 가정방문과 전화상담 △세대주모임과 신우회 모임을 통한 냉담예방 등이 적극 모색되고 있다.

서울 구로3동본당(주임ㆍ모지웅 신부)의 경우 냉담자 회두를 위해 많은 부수의 주보를 신청해 각 신자들에게 배포. 구역내의 냉담자들을 직접 방문해 주보를 전해주는 맨투맨식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경환 신부는 『본당이 대형화돼다보니 일일이 냉담자들을 찾아다니며 면담할 수가 없어 냉담자 장부를 보고 하루에 10~20통씩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하고 있는데 그 반응이 아주 좋았다』며 전화상담이 냉담자사목에 좋은 방안이 될 수있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교회사목관계자들은 교회의 일방적 관심만으로 냉담자 및 이향 신자문제가 해결되는것이 아니라 냉담자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다시 교회에 투신하겠다는 의지가 선행되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한국교회 외적 성장 일변도의 뼈아픈 부산물인 냉담자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적극적 관심과 냉담자의 회두 의지 그리고 이를 촉발시킬 체계적 냉담자 사목정책이 있어야 될 것으로 보여진다.

조남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