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인터뷰] 전구교구장 이병호 주교

박해원 기자
입력일 2019-05-20 14:41:03 수정일 2019-05-20 14:41:03 발행일 1990-04-15 제 1700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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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질 일 많아 두려운 마음도  교회정신 구현에 최선 다할 터”
「자기비움」따른 신앙성찰 선행돼야
“새 가치관 정립이 절실한때”
지난 3일 전주교구 제7대 교구장에 착좌한 이병호 주교는 4월 9일 오전10시30분 가톨릭센터 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자신의「사목소신」을 폭넓게 밝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병호 주교는 이날『오늘날 참된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절실』하다면서『이를 위해서는 교회가 지닌 특유의 생활자세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주교로 서품되고 교구장이 되신 소감은?

▲평생 신학교에서 후배사제들을 양성하는 일이 나의 결정적 소명이라는 것을 일말의 의심도 없이 살아왔는데、어떤 의미에서는 교구장이 되었다는 것이 평생 소명에서 벗어난 외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주교라는 직분이 가장 완전한 사제로의 삶을 요구하기 때문에 하느님께 책임질 일이 많아질 것 같아 두려운 마음도 피할 수가 없다.

향후 전주교구를 이끌어갈 주교님의 사목방침은?

▲무엇보다도 교회 본래의 정신을 이지역 사회에 구현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이겠다. 교회의 사회적 역할은 교회가 있으므로 해서 그 사회가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가고 있는가를 면밀히 분석, 평가해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을 분석、알맞은 대책을 수립하는 다각적인 사회 과학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회차원에서는 교회가 지니고 있는 특유의 접근방식을 동원해야 하는데、이것이 여타의 사회운동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교회 특유의 접근방식이란?

▲폭력에 대한 다소간의 물리적인 저항은 인간적인 차원에서 그 폭력을 저지할 수 있는 자극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점에 있어서 신앙인은 자신이 취한「행동」이후에 근본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절대자 하느님께 내맡길 수 있는「자기비움」이 요구된다. 이「자기비움」은 나의 행동이 당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완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반성하는 신앙적인 성찰이 돼야한다. 「신앙적 성찰」은 보다 여유로운 대항 수단을 일깨워 줌으로써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조화를 이뤄준다고 생각한다.이 같은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교회 특유의 접근방식이라 할 수 있다.

교구사제 문규현 신부의 방북과 국가보안법에 대한 주교님의 입장은?

▲문신부의 방북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그의 행동에 대한 보도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이뤄졌는가를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객관성이 결여된 사안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문신부의 행동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한마디로「조작과 사기」이다. 그의 행동을 범국민적 차원에서 옳고 그름을 논의할려면 우선 왜곡이 없는 정당하고 객관적인 사실보도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그 법이 지니고 있는 고유 목적과는 달리 운영되고 있는 사례가 많으므로 당연히 폐지돼야 하며、통일정책의 수립과 수행에 있어서도 정권 유지등 아주 조그마한 정치적인 사심이 곁들여져서는 안된다.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주교님의 생각은?

▲교회일뿐 아니라 사회안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또한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누구든지 어떠한 말이건 간에 아무런 두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는 풍토가 이뤄져야 한다.

정의구현사제단은 흔히 알고 있는 바와는 달리 교회내의 어떤 특정단체가 아니고 어떠한 사안에 대해 생각과 뜻을 같이하는 사제들의 모임으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정의구현사제단의 존폐에 대한 논의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다만 이 모임이 관계해야 될 각종 사안들에 대해서는 좀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교단과 사제단은 서로 다양한 의견을 상호 존중하고、그것을 교회와 사회발전의 밑거름으로 다져나가는데 게을리해서는 안될것이다.

최근 사회일각에서 가톨릭교회가 권위주의에 젖어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떠한 의미에서는 교회와 권위는 불가결한 요소이다. 하지만 교회에서의 권위는 사회통념상 귄위와 정반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교회의 최고 장상이면서 권위자인 교황도 당신 자신의 모든 문헌에서 「종들의 종」으로 표현하고 있다. 교회가 인간적 차원에서의 귄위를 극복하지 못하면、아무리 큰 외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적으로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될것이다. 사목자들은『첫째가 말째가 되고、말째가 첫째가 된다』는 귄위에 대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항상 마음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