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무상하고 십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는 우리 옛 어른들의 말씀이 나에게 가깝게 느껴지는 때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은 발전된 모습도 있지만 또 우리 주위에 실망시키는 일도 있음을 느낍니다.
저는 평범한 주부로서 책을 좋아합니다. 주변에 책이 있으면 관심을 갖고 봅니다.
어느 날 바오로서원에 갈일이 있어 들렀더니 일본 작가 미우라 아야꼬가 쓴 자신의 자서전 「길은 여기에」란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책은 내가 아이들이 어렸을 때 옆집에서 빌려다가 읽은 적이 있는데 아주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있어 반갑게 그 책을 가가지고 가서 아이들에게 읽어 보라고 권하였습니다.
“엄마가 옛날에 읽어 보았는데 참 감명 깊게 읽었다. 너희도 읽어 보아라”하고 주었더니 마침 그 때가 봄 방학이라 아이들은 그 날로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내가 딸에게 “참 좋은 책이지”하고 물으니 잘 읽었다고 했습니다.
“얘, 엄마는 그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좋은 문구가 있어서 적어 놓은 게 있단다”하고 이야기했더니 딸이 자기도 적어놓은게 있다고 했습니다. 나는 딸이 하는 소리를 듣고 십년도 넘는 노트를 찾아보았습니다. 공책을 찾아서 나는 이런 내용을 썼다하고 읽어 주었더니 어쩌면 딸아이도 내가 적어놓은 문구와 같은 내용을 적어 놓았습니다. 그 순간 나는 참으로 놀랐습니다.
“나는 나이가 들어 그 책을 보면서 그 내용에 감동이 되었는데 딸은 겨우 중3인데 그 내용을 이해하고 적어 놓을 마음이 있었단 말인가…”
딸이 대견스럽고 세월의 흐름은 이런 순간도 나에게 주어지는구나. 세월의 무상함과 10주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또 세월이 지난 뒤 어떤 일들이 나를 감동시켜 줄까. 이 시간 생각해보니, 매일 매일 감동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데도 나의 마음이 무디어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