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인천 신학교 건립취지

입력일 2018-08-06 18:24:05 수정일 2018-08-06 18:24:05 발행일 1993-05-23 제 1856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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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사제부족 북방선교 대비

수원가대 수용능력 포화상태
평신도 교육 위한 교리신학원으로도 이용
신학교 특수성 고려 분가 마땅
인천 가톨릭대학 건립 추진위원회가 5월2일 발족, 활동에 돌입했다. 다음은 인천 가톨릭대학 건립 추진위 창립총회에서 위원장 오경환 신부가 밝힌 인천신학교 건립취지 내용이다.

건립 배경

인천신학교의 건립 필요성은 일차적으로 인천교구 신학생 대부분이 수학하는 수원신학교의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에서 제기된다. 10년 전에 개교한 수원신학교는 2백50명의 수용능력을 갖고 있으나 최근 급격하게 학생 수가 증가, 수용한계를 넘어섰다.

수원신학교 학장 신부는 이를 예상하여 1991년 1월 인천교구장인 나 주교를 방문, 심각한 기숙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교구가 수원신학교 근처 혹은 인천교구내에 인천교구 신학생 기숙사를 별도로 세워야 한다고 설명하고 수원신학교 내에 기숙사를 더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나 주교와 인천교구 사제들은 1991년 전반 몇 차례의 총회를 열고 토론을 거쳐 수원신학교 근처보다는 인천교구 내에 신학교를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으며, 강화가 적임지로 거론되었다.

타당성

토론 과정에서 인천신학교 건립의 타당성이 지적되고 여러 가지 유리한 점도 발견되었다. 건축비 면에서 볼 때, 수원에 운동장을 포함하여 기숙사 성당 식당을 지을 경우와 땅값이 싼 강화에 강의실과 도서관을 추가하여 신학교를 건립할 경우의 건축비가 큰 차이가 없다고 할수 있다. 이는 최근에 건립된 수원과 부산신학교의 경우 기숙사, 성당, 식당이 총 건축비의 3분의 2를 차지했다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또한 인천신학교 건립은 인천교구 신자 수의 증가로 인한 사제 수의 부족 현상 면에서도 그 타당성을 지적할 수 있다. 1992년 말 인천교구 신자수는 총 25만명이며 지금까지의 증가 추세로 보아 10년 내에 40만명에 도달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교구내 사제 수는 총 1백명으로 그 중 한국인 사제는 80명이며 인천교구는 전국에서 신자수 대비 사제 수가 가장 부족한 상황이다. 외국인 선교사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므로 한국인 사제가 많아져야 빨리 증가하는 신자들을 사목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교구의 예로 보아 교구 안에 신학교가 건립되면 신학생과 예비신학생도 증가한다.

또한 교구내에 신학교가 세워지고 교수 신부들이 있으면 평신도를 위한 교리신학원도 개설할 수 있다. 전국에서 5번째로 큰 인천교구도 신학교가 있는 다른 교구처럼 교리신학원이 필요하며 신자가 늘어날수록 그 필요성은 더욱 증가한다.

공동체 삶의 중요성

다른 대학에 비해 2백50명은 적은 수이지만 수원신학교에 기숙사를 더 이상 지을 수 없는 이유는 신학교 교육이 갖는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신학생들은 강의실에서 강의만 듣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교수신부와 영성지도 신부들의 개인지도를 받으면서 성장해야 한다. 신학생들은 서로서로 잘 알뿐 아니라 함께 상주하는 교수신부와 영성지도 신부들이 모든 신학생들의 성품 의식구조 신심상태를 잘 아는 공동체적 분위기에서 성장해야 한다.

신학생 수가 2백50명을 넘어서면 이런 분위기가 깨지고 이에 따라 신학생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신학생 양성 경험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따라서 한 신학교의 학생 수가 2백50명을 넘어서면 신학교를 가르는 것이 낫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바로 이러한 신학교 교육의 특성이 수원신학교가 서울신학교에서 갈라지게 만들었고, 또한 오늘날 인천신학교가 수원신학교에서 갈라지게 하는 것이다.

인천교구는 서울신학교에 모든 학생을 보내다가 수원신학교가 건립되면서 서울과 수원에 나누어보내 교육시켰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 서울신학교의 학생 수가 4백명을 넘어서고 학생지도에 문제가 나타나면서 5년 전부터 수원신학교로 모든 신학생을 보냈다.

인천신학교는 신학생의 지적 교육과 훈련에 힘쓰며 공동체적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신경쓸 것이다. 인천신학교는 1995년 3월 개교, 2005년부터 사제 배출을 예정으로 준비 중이며, 입학정원이 40명으로 인천교구 신학생들과 몇몇 수도회 신학생들을 수용하므로 2백50명선을 넘지 않을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과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주어지리라 기대됨에 따라 한국인 사제가 거의 없는 연길 교포사회와 사제가 하나도 없는 북한에 파견할 사제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과 북한에 신자가 증가하고 공동체가 형성되면, 즉시 그 지역 출신 사제를 양성하는 것이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자립적인 교회가 형성될 때까지 우리는 사제를 파견할 각오를 갖고 준비해야 한다.

인천신학교는 교구의 사제 수급에만 관심을 국한시키지 않고 북한과 중국에 대한 선교와 사제 파견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통일 후에 인천신학교는 황해도를 포함하여 북한 지역의 사제를 양성할 가능성도 내다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