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성모성월 맞아 알아본 올바른 성모공경 신심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8-08-01 20:26:46 수정일 2018-08-01 20:26:46 발행일 1993-05-09 제 185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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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공경 종착점은 예수 그리스도

맹목적 마리아 신격화 본뜻 오용
교회 사목 규범 따라 공경 바람직
사적계시 근거 성모교리 유포는 교회 가르침 위배
참된 성모 신심은 마리아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으로 모시는 삶이다. 그러나 한국교회 신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성모발현과 관련한 기적과 징표만을 찾아 예수를 외면한 마리아 중심의 그릇된 신심을 따르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5월 성모성월을 맞아 그리스도인으로서 진정 참되고 복된 신앙을 살고 올바르고 돈독한 성모신심을 함양키 위해 제시한 성모 공경에 관한 교회의 권고를 수원 가톨릭대학 이정운 신부의 논문 ‘마리아에 관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교회의 사도적 전통은 “‘천주의 모친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 대한 공경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예배의 본질적 요소이므로, 마리아 공경을 적절히 가르치면 신자생활 쇄신의 사목적인 효과를 거둘 것”(교황 바오로 6세, ‘마리아 공경’, 56항)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마리아 공경은 결코 교회의 성사와 전례에 우선 되어서는 안 된다. 일부 몰지각한 신자들이 성체성사와 미사성제보다도 마리아 신심을 앞세워 마리아를 신격화하는 경향은 올바른 신앙교육을 통해 마땅히 시정되어야 할 점이다.

특히 오늘날 교회의 정통 가르침에 위배됨에도 불구하고 사목자의 지시도 받지 않은 채 사적계시를 빌미로 출판물과 개별 집회를 통해 성모교리에 대한 어긋난 맹목적인 유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할 것이다.

참된 마리아 공경은 ‘마리아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께로’이다.

마리아께 대한 신심의 핵심은 마리아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으로 모시고, 마리아와 같은 마음으로 예수를 삶의 전부로 삼는데 있다. 예수를 삶의 중심으로 모시고 생활의 전부로 삼는 데에 마리아만큼 훌륭한 모범이 되신 분은 없고 마리아만큼 큰 도움을 줄 분도 없다. 바로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께로 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성모를 본받음은 마리아가 하느님께 대해 지녔던 같은 자세를 지니고, 그분과 같은 마음으로 사는 것을 뜻한다. 마리아께 대한 신심의 핵심은 마리아처럼 생각하고 마리아처럼 사랑하고 마리아처럼 사는 것이다.

마리아의 탁월하고 독자적인 모성과 성덕을 교회의 사도직 활동 안에서 그대로 본받는 것이 성모를 닮는 길인 것이다.

성모 신심의 사목적 효과에 대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빌어 이정운 신부는 “마리아 신심은 교회의 지체들을 위한 성덕의 학교”라고 표현한다. 교회가 마리아의 윤리적인 완덕을 본받는다는 것은 인격적인 한 위인을 본받는 차원이 아니라, 자연적인 차원을 능가하는 초자연적인 인격을 소유한 자애로운 어머니이고 순결한 동정녀의 성덕을 본받는 것임을 일깨우는 말이다.

참된 마리아 공경에 대해 가르침을 주고 있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헌장」 8장은 마리아께로 향한 신심은 그리스도께로 인도해줄 뿐 아니라, 예수께 향한 신심도 그의 어머니 마리아에게로 인도해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의회는 마리아 공경의 신학적 기반으로 전승과 교도권의 판정에 근거하며, 성서 안에서 이미 예언된 사실(루카 1,48)에 기초함을 제시한다.

마리아가 지상생활 동안 보여준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완전한 여정이 시간 안에서 하느님의 왕국을 구현시켜 완성에 도달케 해야 하는 교회의 소명과 사명의 이정표를 인식한 공의회는 그리스도를 섬긴 마리아의 사랑과 순종을 교회가 본받아야할 성덕의 모델로 계승한 것이다.

마리아께 드리는 공경은 하느님께 바치는 흠숭보다는 하위이지만 천사들과 성인들에게 드리는 공경보다는 상위인 특별한 공경이다. 마리아 공경은 하느님께만 드리는 흠숭지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며, 하느님께 드리는 예(禮)에 예속된 공경이다. 흠숭은 고유하고 다른 모든 공경을 배제한다. 흠숭 이상의 더 높은 공경은 있을 수 없음을 신자들은 상기해야 한다.

이에 이정운 신부는 “마리아는 피조물이며 창조된 자로 창조주이시며 구세주이신 하느님과 비례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고 강조하고 “마리아 공경의 최대 종착점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심”을 분명히 했다.

마리아 신심은 마리아를 닮는데 있고 본받음에 있으며 닮음과 본받음은 삼위이신 하느님과의 일치가 궁극 목적이다. 따라서 목적을 이탈한 과도한 성모 신심은 구원사업의 주역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흐리거나 축소시켜 마리아 신심의 진의를 깨닫지 못할 뿐 아니라 마리아 공경의 참 뜻을 망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마리아가 교회로부터 공경 받는 이유는 하느님의 지극히 거룩한 모친이며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해 아들의 생애와 구원사업에 일치한 어머니이기 때문에 그리고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성자 다음으로 모든 천사와 사람들 위에 높임을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리아 공경은 하느님 흠숭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고 신자들을 하느님과 일치시켜주는 교량역할을 한다.

교부들은 마리아 공경의 형태를 사랑, 공경, 기도 그리고 모방 등 네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마리아를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로 모시고 성자 다음으로 모든 것 위에 공경을 드리며 전구하고 성덕 전체를 본받는 것이 참된 마리아 공경의 형식인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또한 마리아 신심의 오용과 남용을 막기 위해 사목적 규범들을 명시, 교회가 인준한 성모 신심의 여러 형태의 질서 안에서 “정통교리의 테두리 속에 시대와 장소의 조건이나 신도들의 기질과 품성에 따라야 함”을 명백히 하고 있다.

“가톨릭 교리를 의식적으로 가르치며 동시에 복되신 동정녀 공경, 특히 전례적 공경을 충분히 촉진하고, 세기를 통하여 교도권이 권장해온 신심 행위의 풍습을 중히 여기며, 과거에 그리스도와 복되신 동정녀와 성인들의 성상에 대하여 결정한 것을 엄수하도록 교회의 모든 자녀들에게 권고”한 공의회(교회헌장 8장,22항)는 성모의 고유한 품위를 존중하는데 있어 마음의 협소함과 아울러 지나친 거짓 과장을 피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그리스도인의 참된 마리아 신심은 언제나 확실한 신앙에서 나오고 마리아께 향한 사랑을 지니고 그 덕행을 본받는 것을 촉진한다.

결실 없이 지나가는 일시적 감정이나 허황한 믿음이 마리아 신심을 대변하는 것아 아니라 참된 신심은 참된 신앙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함을 공의회는 천명하고 있다.

“마리아 교리와 공경을 펴는데 있어 성서, 교부, 교회의 전례에서 영감을 받아야 하고 교회가 인준한 신심을 따라야 한다”는 이정운 신부는 “마리아께 대한 참된 신앙은 어머니께로 향한 자녀다운 사랑과 덕행의 실천적인 본받음으로 고수된다”고 피력했다.

마리아께 대한 신심의 핵심은 마리아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으로 모시고 마리아와 같은 마음으로 예수를 생활의 전부로 삼아 사는데 있다.

특히 한국교회에서는 레지오 마리애, 푸른군대 등 마리아께 대한 공경을 주제로 한 신심단체가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어 올바른 성모 신심 행사 비중은 자못 크다.

결실 없는 환상이나 환영에 빠져 성모발현과 성모이적의 허황함을 쫓고 있는 신자들의 무지와 오해를 일깨워 참된 신앙의 터전위에 자녀다운 올바른 성모 신심을 배워 ‘마리아를 통한 그리스도께로’ 이끄는 사목적 배려와 본당 사목자들의 관심이 촉구된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