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농산물 수입 개방과 우리 농업 살리기 대책

입력일 2018-06-07 13:34:37 수정일 2018-06-07 13:34:37 발행일 1994-02-06 제 1891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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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물 애용만이 농업 살리는 길

농업 자유화의 허구성 인식 필요
생산력 높이는 농업 구조 개선으로 대처해야
정부의 추진 대책은 변질된 농업 축소 정책에 불과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조성제 신부)는 1월 27일 오후 1시 부산일보 소강당에서 쌀 수입 개방에 맞서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다음은 ‘농산물 수입 개방과 우리 농업 살리기 대책’에 관한 황연수 교수(동아대 농업경제학과)의 주제 발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1, 문제의 제기

UR 협상의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와 정부의 정책 의지이다. 분출된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여 농업정책뿐만 아니라 경제 정책을 바로잡아 농업을 국민 경제의 기초산업으로 살려내고 국민 경제의 자립화 균형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2, UR 협상의 평가와 향후 대응 전략

(1) UR 협상의 성격

변화된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올바른 농업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UR 협상의 내용과 성격을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을 보는 일반적인 시각은 세계 경제가 관세 인하에 힘입어 앞으로 더욱 활발한 성장을 거둠과 동시에 1백17개 협상 참여국의 무역 형태를 하나의 틀에 묶음으로써 지역주의의 확산을 억제하고 국제 무역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2)향후 UR 협상 대응 전략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남은 일정에서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우선 2월 15일로 예정되어 있는 각국별 최종이행계획서 제출시 수입 개방 예외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14개 품목)과 캐나다(8개 품목)가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예의주시하여 만일 하나라도 예외가 인정될 경우 우리도 쌀 등 기초 농산물의 예외를 최종이행계획서에서 요구하거나 공란으로 처리함으로써 재협상의 길을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3, 올바른 농업 대책 수립을 위한 전제와 기본 인식

(1)수입 개방의 피해자는 농업 농민

당장 협상의 타결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이 경제의 자립도를 평가함에 있어 중요한 지표가 되는 농업과 중소기업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양 부문은 한편으로는 수입품에 의한 국내 시장의 잠식을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지원정책이나 제도가 폐지됨으로써 타격이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민 경제의 불합리한 재생산 구조로 말미암아 당대의 국민은 물론 후손 모두가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2) 농업의 자유화에 대한 허구성

과연 농업에 있어서 완전한 자유무역과 시장방임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자원의 국제적, 국내적 최적 배분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인가? 농업에 비해 기술 자본의 국제적 이동이 훨씬 용이하고 생산력 수준의 평준화가 쉬운 공업에 있어서조차 그것은 달성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농업 자유화론의 관념성 허구성이 농업 대책을 그르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진정한 농업의 국제화란 단순히 농산물 수입 개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 부문에서 물건, 돈, 정보, 기술, 사람 그리고 이들의 총체로서의 문화가 국경을 초월하여 교류가 증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제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농업이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과 농업 선진국들이 구조 조정에 성공하여 경쟁력을 갖게 된 이유들을 국제적, 역사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농업문제의 인식과 대책에 대한 사고방식의 국제화가 요구된다.

(3)국제 농산물 시장의 수급과 가격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위험

식량이라는 재화는 생명 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안 되고 다른 물자와 대체될 수 없는 재화이며, 공업 제품과는 달리 기후 등 자연현상에 의해 좌우되고 장기 저장이 불가능하여 계속 생산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식량은 인간의 건강에 직결되므로 양적 확보는 물론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 되는 등 특수성을 갖고 있으므로 적정 수준의 국내 생산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4, 우리 농업 농촌 살리기 대책

(1)정부가 구상 중인 농업 농촌 대책의 한계와 문제점

정부가 추진하고 있거나 구상 중인 대책의 특징은 농업은 소홀히 한 채 농촌만 중시하는 일면적인 정책, 가격 판로 대책을 소홀히 한 채 구조 개선만 강조하는 절름발이 정책, 생산은 소홀히 한 채 소득만 중시하는 왜곡된 정책, 시장방임을 통해 살아남는 농가만 정책 대상으로 하겠다는 변질된 정책으로 요컨대 농업 축소 정책이라 할 수 있다.

(2)농업 농촌 회생 대책-기본 방향

앞으로의 농업 대책은 품목별, 지역별, 농가별로 구체적으로 짜여야 하고, 단계별 시기별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명시되어 농민으로 하여금 예측을 가능케 함과 동시에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함으로써 명료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농업구조개선 대책

농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 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구조 조정이 수입 개방을 전제로 전체 농업의 규모를 대폭 축소 조정하는 가운데 일부의 부문에서 소수의 대농층을 중심으로 단순히 규모만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서는 안 되고, 우리 농업이 가진 농지, 농업 노동력, 시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전체 농업의 규모를 유지하면서 총체적인 생산력을 높이는 방향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가격 판로 대책

양정 재편을 비롯하여 국내산 농산물에 대한 품목별 가격 유통 대책을 수립함과 동시에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리유통대책(수입창구, 유통 경로, 시판 가격, 소비처, 판매 차익의 용도 등)을 마련하여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것이다.

-농지대책: 올바른 농지 법 제정

농지제도의 기본 방향은 식량 공급력의 증대, 농업 생산성의 향상, 농가 고용 기회의 유지와 확대,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정립되어야 한다.

-재원 확보 대책

농업 대책을 위해 농외의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은 오히려 농촌의 해체를 가속화시킬 우려도 있다. 특히 농업의 수익성이 불확실한 현실에서 농촌에 투입된 외부 자금은 다분히 불순한 동기에서 유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농업 관련 조직 및 제도의 정비

농업기본법, 양곡관리법, 농지법, 농업조정법 등 기본적인 농업 관련 법률은 물론 농업재해보상제도, 의료보험제도, 농어민 연금제도 등 농민복지 관련 제도, 긴급 산업피해 구제제도, 국내 농업 피해의 최소화와 수입 이득의 국내 농업 농민 환원 조치, 수입 농산물 관리제도 등 UR 관련 제도를 민주적으로 재편하거나 새롭게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5, 맺음말

농업 내외의 엄중한 여건을 감안할 때 농업을 지키고 살리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분명한 ‘농업관’과 ‘미곡관’을 갖고 민주화 운동의 차원에서 농업정책과 전체 경제정책을 바로잡고, 독립운동의 차원에서 수입 개방을 저지하고 물산 장려 운동하는 자세로 우리의 농산물을 애용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우리 농업은 국민적 합의와 정책 의지 여하에 따라 발전할 가능성도 많지만 가격 경쟁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농민과 생산자 단체는 우리 농업의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생산비 절감, 품질 향상, 경영 합리화를 위해 조직화, 공동화, 복합화, 집약화 등 다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소비자와 소비자 단체는 우리 농산물의 생산비 절감과 외국 농산물의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생기는 국내외 가격차를 안전한 식품과 쾌적한 환경의 향유에 따르는 응분의 비용으로 인식, 감내함으로써 농업의 재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