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행하여라” 수난 전날 제자들과 만찬 통해 먹고 마시는 일상 행위에 새로움 부여 성찬례 때마다 사랑의 신비 되새겨야
“주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만찬을 거행하시고자, 자리를 깔아 놓은 큰 이층 방에 상을 차리라고 명령하시고(루카 22,12 참조), 거기에서 당신 몸과 피의 희생 제사를 제정하셨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1항)
성찬례의 기원은 최후의 만찬이다. 예수님께서는 수난 전날 친히 이 예식을 제정하셨다. 우리에게 이것을 전해 주는 네 개의 성경 본문은 마르 14,22-24, 마태 26,26-28, 루카 22,14-20, 1코린 11,23-25이다. 우리는 이 본문들을 읽으면서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끝까지 사랑하셨던 당신의 제자들과 보낸 마지막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루카복음은 예수님께서 어떤 마음으로 이 이별의 시간을 준비하셨는지를 전해 준다. “내가 고난을 겪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파스카 축제가 하느님 나라에서 다 이루어질 때까지 이 파스카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루카 22,15-16) 실상 사랑하는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나누게 될 파스카 만찬에서 예수님께서 마련하신 것은 세상 끝날까지 당신과 깊은 친교를 이룰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치셨던 모든 것이 그분의 말씀과 행위로 제정될 성찬례 안에서 완성된다. 수난 전날 저녁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쪼개어 그것을 제자들에게 받아먹으라고 주셨다. 그 빵은 당신의 몸이었다. 그리고 만찬을 드신 다음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시고 모두가 잔을 받아 마시도록 제자들에게 주셨다. 그 잔은 당신의 피로 맺는 계약의 잔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셨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25; 루카 22,19) 먹고 마시는 이 단순한 행위, 인간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이 일상적 행위에 새로움을 부여하심으로써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드러내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고 현존하게 할 탁월한 길을 열어 주셨다. 사도 바오로는 교회가 이 말씀에 충실하여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이 사랑의 신비를 만방에 선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여러분이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1코린 12,26) 성찬례란 무엇인가? 성찬례는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남기신 사랑의 선물이다. 왜 성찬례를 거행하는가? 우리 인간을 위하여 당신 자신을 온전히 다 내어 주신 주님의 명령에 따라서 그분께서 친히 행하신 것을 하도록 우리가 부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를 행하여라”라는 주님의 말씀에서 ‘이것’이 가리키는 것은 단지 예식만은 아니다. 성찬례 제정의 순간을 전해 주는 공관 복음과는 달리 요한복음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는 스승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성찬례가 지향하는 본질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행하여라.”(요한 13,15 참조) 이로써 요한은 우리 삶 안에서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으로 나아가지 않는 성찬례는 불완전한 것임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 사랑은 우리가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당신 자신을 낮추시고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내어주신 예수님의 길을 충실히 따를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rn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