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별자리라고는 모르지만 /황광지

황광지 (가타리나) 수필가
입력일 2017-10-17 16:58:31 수정일 2017-10-17 18:10:33 발행일 2017-10-22 제 306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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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첫날 저녁 식사는 너도나도 별미라고 과하게 먹었다. 그대로는 숙소에 들어갈 수 없어 산책길에 나섰다. 나와 뜻이 통한 세 사람이 어둠을 마다하고 먼저 길을 재촉했더니, 그보다 젊은 두 사람이 보디가드를 하겠다고 기특하게 뒤따랐다.

연수원 바로 건너에는 합천댐 거대한 수문이 위치했다. 깜깜해서 발을 헛디디거나 예측 못 한 일에 맞닥뜨릴 것이 겁이 나, 큰 도로를 건너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그때, 보디가드를 자청한 두 사람이 달빛을 믿고 도로를 건너자고 했다. 보름달도 아니고 딱 반달인데 달빛에 의지해도 될까 염려하며,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을 겨우겨우 피해 큰 도로를 건넜다.

연수원에서 바라보던 깜깜함은 내리막길로 내려가는 동안 사라지고 달이 은근한 빛을 발했다. 그 아래로 시설관리 건물에서도 불빛이 새어 나와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마침 족구장 같은 운동장이 있어 걷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풀들이 밟히는 느낌이 폭삭했다. 댐 아래쪽은 안온했다. 달빛은 은은하고, 둘씩 셋씩 나누는 여유로운 이야기는 몇 바퀴의 원을 돌고도 이어졌다. 밝은 낮에 비해 다 드러나지 않은 자연이 오히려 물안개처럼 마음으로 들어왔다.

보디가드라고 나선 젊은 두 사람이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향해 별을 가리켰다. 나머지 셋도 하늘로 고개를 젖혔다. 그들은 별자리라고는 모르는 게 분명했다. 신통찮은 내가 봐도 카시오페이아자리인데, “북두칠성인가 봐”라고 했다. 카시오페이아면 어떻고 북두칠성이면 어떠랴. 총총한 별빛이 쏟아졌다. 분주함에 쫓겨 밤하늘에 별이 있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며 별빛, 달빛을 가슴에 담았다.

황광지 (가타리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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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지 (가타리나) 수필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