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야곱의 꿈 / 홍희기

홍희기(미카엘라) (갤러리1898 큐레이터)
입력일 2017-03-07 16:30:36 수정일 2017-03-08 10:54:11 발행일 2017-03-12 제 303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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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고 강렬한 색채로 자유로운 영감을 표현하는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어려서부터 성서에 매료돼 늘 성서를 삶과 예술에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는 그림 ‘야곱의 꿈’을 통해 신을 만나는 초자연적인 경험을 보여준다. 여기서 그는 신과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메타포로 사다리를 등장시킨다. 야곱의 사다리는 하늘과 땅이 하나이며 신과 인간이 하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이 곧 인간임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 예수이다. 그는 결국 기존의 신과 인간의 매개자 역할을 하는 기성종교에 반하는 이단으로 몰려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

샤갈은 자고 있는 야곱을 붉은색으로 표현하여 형을 피해 도망 나온 나약한 겁쟁이의 불안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주며, 내가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라는 말씀을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하는 강력한 힘을 느끼게 된다. 그는 곧 자신이 머물고 있던 베델의 누추한 장소가 신이 계신 곳임을 깨닫는다. 자신 앞에 펼쳐질 세상이 아무리 험할지라도 결코 혼자가 아니며, 저마다 삶의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말씀은 야곱을 통한 샤갈의 깨달음이지만 우리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신의 현존과 우리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세상은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은 하늘 향해 매일 지상에서의 어려운 상황의 계단을 한 걸음씩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야곱의 꿈만큼은 잊지 않고 살고 싶다.

홍희기(미카엘라) (갤러리1898 큐레이터)

홍희기(미카엘라) (갤러리1898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