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마당에 고등학생들이 1년 동안 뜻을 모아 만든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제막식은 86주년 학생의 날인 11월 3일 오후 6시에 열렸고, 작은형제회 관구봉사자 호명환 신부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김선실 공동대표, 학생대표 250여 명이 함께했다.
이번 소녀상 제작은 서울 이화여자고등학교 역사동아리 ‘주먹도끼’ 학생들이 지난해 8월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소녀상을 세우자고 의견을 모았고, 고등학교에 편지를 보내 소녀상 건립 참여를 호소했다. 1년여 동안 53개 고등학교, 1만6400여 명의 학생들이 모금에 참여해 소녀상이 세워졌다.
문제는 소녀상을 세울 장소였다. 정동 거리에 소녀상을 세우기로 정하긴 했으나 마땅한 자리가 없어 학생의 날인 11월 3일 이후에나 제막식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학생들은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구석의 땅을 알아봤고, 작은형제회는 학생들의 뜻을 존중해 구석이 아닌 마당에 소녀상을 세울 것을 허락했다.
작은형제회 관구봉사자 호명환 신부는 축사를 통해 “이 평화의 소녀상은 어느 누군가에 대한 항의나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기보다는 우리의 인격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서로 어우러져 존중하면서 살아가야하는가에 대한 강력한 화두를 담고 있다”며 “평화의 소녀상 제작에 마음을 모아준 고등학생들에게 머리 숙여 격려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모금액 중 제작에 사용되고 남은 1450여 만 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나비기금’으로 이날 전달했다.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과 달리 이 소녀상은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뜻에서 두 다리로 굳세게 서 있다. 또한 한 손에는 평화의 의지를 담아 나비가 앉아 있고, 다른 한 손은 친구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