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의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인사말인 히브리어 「샬롬」(shalom)은 평사로는 「평화」, 형용사로는 「완전한」, 동사로는 「화해하다」「평화롭게 지내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이 말이 그들의 일상 생활안에서 갖는 의미는 「평화를 항상 그들의 생활속에서 추구한다는 것」.
평화의 땅
구약의 역사 속에서부터 끊임없이 주변 국가들과의 전쟁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온 유대인들에게 성서 속에서 하느님과의 약속과 함께 전해져온 「샬롬」은 「하느님이 데려다 놓으신 땅에서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늘 기원한다」는 믿음과 기도가 담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십여일 전 성지순례 업무차 다녀온 이스라엘은 계절적으로는 그같은 평화의 이미지, 평화의 땅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아몬드꽃을 비롯 광야를 뒤덮은 노랗고 하얀 들꽃들의 모습은 뜨거운 사막의 땅으로만 여겨지던 이스라엘에 대한 일반적 편견을 여지없이 뒤엎어 놓는 색다른 아름다움이었다.
유채꽃과 비슷한 노란꽃들이 뒤덮인 갈릴래아 호수 주변과 골란고원의 모습은 순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특히 들꽃들 중에 드문 드문 피어있는 붉은 「칼라니트」(영어로는 아네모네 anemone)는 「신부처럼 아름답다」는 말뜻처럼 순례객들의 눈길을 놓지 않는 고혹적인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봄날씨가 주는 화사함과 찬란함에 경탄하면서도 골란고원을 지나며, 예루살렘의 올리브동산에서 황금색 찬란한 원형 지붕의 바위사원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기분은 참으로 착잡할 수 밖에 없었다.
골란고원의 이스라엘군 철수문제, 황금 바위사원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동예루살렘의 지위 문제 등은 중동평화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주요 사안들이고 특히 동예루살렘 문제는 지난해 9월 이후 연일 매스컴 외신 면을 장식하면서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모으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의 원천임을 떠올려 볼 때 그랬다.
한걸음 물러나
사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간 갈등은 새삼스러운 문제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일상적(?)으로 진행돼 왔지만 이번 분쟁이 예전과 다른 것은 그간의 영토분쟁 성격에서 종교분쟁 성격이 가미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저렇게 이어오던 평화협상 막바지에 그리스도교 유대교 이스람교 성지가 몰려있는 동예루살렘과 그중에서도 황금 바위사원이 있는 내부성전산(Temple mount) 주권 문제가 부딪히면서 더할 수 없이 사태가 악화된 것이다. 성전산 주권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특 모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신의 문제」로 내세우고 있는 문제인 만큼 그 타결점 역시 쉽게 찾기 힘들다는 여론이다.
현지 관계자들 얘기에 의할 때 이러한 분쟁으로 인해 더욱 고생을 하고 있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거의 모든 경제를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크고 작은 충돌이 생겨날 때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봉쇄해 버리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현재 먹을거리 조차 해결하기 힘든 지경이라는 것이다.
이들 문제의 해결점은 결국 양측이 한걸음씩 물러서는 「양보」와 「용서」의 틀 속에서 찾아질 수 있다. 교황청이 제시하는 「동예루살렘 국제적 특별지위 부여」나 UN이 제안한 바 있는 「국제 관리하의 동예루살렘 주권 공유방안」등의 해결책 등도 마찬가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올해 세계 평화의 날 연설을 통해 밝인 우려처럼 「하느님 구원」이, 「평화」가 인간에게 전해진 이스라엘 지역에서 분쟁이 일상화되어 서로를 증오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은 정말 비극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