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심비비아나 (재식)는 나의 두 눈을 헌안하여 앞을 못 보는 이웃의 눈을 밝혀 주고자하오니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봉헌하기를 열망했던 한 여신자의 「헌안 원의서」 는 실명으로 삶을 포기한 두 젊은이에게 삶의 용기와 더불어 숭고한 사랑의 정신도 함께 심어주었다.
지난 23일 새벽 지병인 폐암으로 타계한 沈재식씨(46ㆍ비비아나)가 남긴 사랑의 결정-두 눈은 가톨릭의 대부속 성모병원 안과수술실에서 김재호 박사 집도로 최종하(26=男ㆍ원주시 원동) 문두순(24=女ㆍ마산시 양덕동) 두 젊은이에게 이식됨으로써 실명상태에서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이들은 제2의 삶을 되찾게 된 것이다.
심재식씨가 눈을 기증키로 결심한 것은 지난 8월 14일 경희대 의료원에서 폐암으로 자신의 죽음을 선고받은 직후였다.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은 심재식씨는 대모 고일신씨 (교도소후원회 부회장)를 통해 성모병원 「중앙眼은행」에 자신의 두 눈을 기증하는 원의서와 함께 가족들의 동의서를 첨부、 제출했다.
심 여사는 원의서에서 자신의 눈을 이식받게 될 미지의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자녀가 되어 영생의 나라 하느님 앞에서 다시 만날 것』 을 간절히 호소、 투철한 신앙인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3개월간 남편 김영기씨 (50ㆍ블라시오ㆍ율산해운 부산 사무소장)와 2년 완수양 (23ㆍ서울大 대학원) 만수군 (21ㆍ힐라리오ㆍ延大 경영학과)등 가족들의 극진한 간호 속에 처절한 투병생활을 계속한 심 여사는 죽는 순간 가족들에게 자신의 눈을 기증토록 다시 한번 확인하기도 했다.
평소 남다른 신앙심으로 독실한 가톨릭가정을 꾸며왔던 심재식씨의 투병생활은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로는 보기 어려울 만큼 안온하고 진지했으며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순명하는 그의 태도는 오히려 주변 친지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었다.
학업까지도 중단、어머니의 투병생활을 함께 했던 완수양은 어머니의 주병은 한마디로 눈물겨운 신앙인의 생활이었다고 슬퍼하면서、그러나 『우리들에게 행동이 따르는 믿음으로 살 것을 당부해 오신 어머니는 당신이 원하신 사랑실천을 통해 영원한 평온을 누리실 것』 이라고 말했다.
임종 전까지 그의 투병생활을 지켜보며 격려해 온 대모 고일신씨는 『대녀가 보여준 짧은 기간의 생활 속에서 그리스도의 큰 사랑과 놀라운 신앙의 힘을 보았다』 고 술회했다.
한편 이번 수술을 담당한 성모병원 안과 김재호 박사는 『격심한 아픔 속에서 눈 기증을 결심한 심여사의 인간애에 감동、 경건한 마음으로 수술에 임했다』고 밝히면서 실명자에게 광명을 찾아주어 제2의 삶을 안겨준 심여사의 사랑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값진 것임을 강조했다.
이렇듯 가족과 친지는 물론 이웃에까지 죽음의 공포와 슬픔을 신앙의 힘으로 희망과 기쁨으로 승화시킨 심재식씨의 마지막 일기 속에는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남겨준 엄마의 마지막 소원이 담겨있었다.
『미운사람도 사랑하여라』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