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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논단] 성가곡 가사 변경의 필요성/김건정

김건정(파트리치오·서울 서초구 방배본동)
입력일 2010-08-06 12:00:00 수정일 2010-08-06 12:00:00 발행일 1999-05-16 제 2151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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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원전은 대부분 히브리어와 헬라어(고대 그리스어)로 씌여졌다.

그것은 라틴어로 번역되고 영어로 불어로 번역된 다음 한글로 번역되다 보니 언어 문화의 차이로 인하여 존칭과 비칭이 뒤범벅이 되어 어떤 땐느 곤혹스럽다.

다행히 성서 자체는 공동번역 성서가 나오고 최근에는 신약의 경우 가톨릭 자체의 번역본이 나왔고 구약도 상당부분 완료되어 출가되고 있음은 우리 모두의 기쁨이다.

그러나 가톨릭 성가의 경우 웬일인지 외국 선교 신부님 시대에 번역된 성가들이 고쳐지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다. 매년 성모의 밤 행사 때마다 반복되는 안타까움 중의 하나는 성모님께 대한 호칭 문제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성모님께 송구스럽기 그지 없다. 성모님을 기리고 정성그레 마련한 꽃다발을 바칠 때 부르는 애창성가로 성가집 253번(네 머리를 꾸미오리)가 있다.

거룩한 예수님의 어머니, 또한 우리 모두의 어머니께 꽃을 봉헌하며 부르는 성가 가사로 어울리지 않는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성모님을 찬미, 찬송하는 노래가사는 우리 의도와 달리 성모님을 비하하여 부르고 있다.

1절 가사를 보면 『네 머리를 꾸미오리, 장미화와 백합화로…』2절 가사에도 『너를 찬미하는 무리, 촛불들을 높이 들고…』라 되어 있다. 이것이 과연 성모님을 찬미하는 노래인가? 꼭 성모님을 『너」라고 불러야 친근감이 들까? 이러한 성가 가사는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가의 하나인 성가집 503번(생명의 양식)을 보자. 성체를 찬양하는 성가인데 주님을 이웃아이처럼 부른다. 『생명의 양식을 우리게 주셨네, 아 감탄하올 내 주의 시닙를…』하고 잘 나가다가 『주여, 네 성체 주소서… 너를 경애하는 우리를 돌보사… 네게 구하나니 …너 계시옵는…』라고 적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로 일관한다. 왜 이렇게 번역되어 한 세기를 써왔으며 아직까지 그대로 불리우고 있을까? 「너」를 「주」또는 「주님」으로 바꾸면 안될 이유가 있을까?

필자는 이미 약 4년전(1995년 1월)에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시정되지 않고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그저 습관대로 체념한 채 『너를 한미하는(?) 노래를 열창하는』현실이 안타깝다.

우리 가톨릭성가는 1985년 통일 가톨릭 성가집을 내며 이를 수정한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매우 애석하기 그지 없다. 매년 수정판이 나오는데 왜 이 문제들을 손대지 않고 출판하는지 안타깝고 궁금하다.

성가 1번(나는 굳게 믿나이다)부터 시작하여 총 528곡 중 109곡이 이런 잘못된 가사를 수용하고 있다. 성가 가사를 손 볼 인력이 부족하다며 자원봉사 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고 믿는다.

유다인들은 지금도 감히 하느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우리는 야훼(개신교는 여호와)를 예사로 부르지만 그들은 감히 어떻게, 거룩한 이름을 부르냐며 아도나이(주님) 또는 하(그분)이라고 호칭한다.

주님과 성모님이 우리와 친근하다는 의미로 너, 네가…. 이런 단어는 우리 언어 문화에 맞지 않으므로 시급히 고쳐야 한다.

성가가 훌륭한 것은 노래 말이 하느님 또는 성인을 찬미하기 때문이다. 이 찬미 찬송의 노래들은 주님과 성모님에 대한 호칭부터 올바르게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김건정(파트리치오·서울 서초구 방배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