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화재로 불타버린 서울 중림동(약현)성당은 한국가톨릭 교회 건축물 중 최초로 지난 1977년 사적 제252호로 지정된 국가 문화재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림동 성당은 한국 최초로 지어진 성당이며,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의 서양식 벽돌 건축물이란 점이다.
1892년 완공된 중림동 성당은 명동 대성당보다 5년이나 앞서 지어졌다. 따라서 이번 화재로 한국 천주교회는 이 땅에 세워진 최초의 성당을 화마로 손상당하는 깊은 아픔을 경험해야 했다.
중림동성당이 문화사적으로 교회사적으로 또 건축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이유는 이것뿐만 아니다. 중림동성당은 이후 지어진 한옥 성당과 양식 성당건축물의 모델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중림동성당 복원시 당시의 건축 기법을 재도입해 원형 그대로의 복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림동성당은 명동성당을 설계한 코스트 신부가 설계와 감독을 맡았으며 한국인 청부업자 김영신이 시공했다.
1892년 9월 성당이 준공됐을 때 당시 교구장이던 뮈텔 주교는 파리외방전교회 본부에 보낸 서한에서 『이제 서울 문밖 중심에 성당이 우뚝 솟았다. 그것은 아담하며 또한 성당다운 본격적인 성당으로서는 한국의 최고이고 유일한 성당이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중림동 성당 보수 과정을 살펴보면 1905년 종탑 꼭대기에 첨탑을 올렸고, 1921년 성당 내부의 칸막이를 철거, 벽돌 기둥을 돌기둥으로 교체하는 등 내부 개조 공사를 했다. 또 1974년부터 2년간 해체 복원 등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시행한 후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했다.
가파른 약현 언덕 위에 위치한 중림동성당은 시내 쪽을 향해 동측에 출입구 정면을 설치, 남대문이 보이도록 삼랑식 평면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림동성당은 또한 고딕적요소를 극히 단순화시킨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물로 벽돌을 자작 생산해 지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크다.
중림동성당은 길이 약 32미터, 폭 12미터, 종탑 22미터, 넓이 1백20평이다. 중림동성당은 천장이 낮아 뾰족 아치를 쓰지 않고 둥근 아치로 만들고 제대 정면 출입구와 측면 추입구 창들은 뾰족 아치로 처리, 고딕맛을 가미시켰다.
교회 건축물 전문가인 김정신 교수(단국대)는 논문「한국가톨릭 성당 건축사」에서 『중림동성당을 비롯한 초기 양식성당 건축물은 고딕 지향적인 양식을 추구, 한옥 성당과 달리 토착화의 장애 요인도 되었지만 일본의 굴절을 거치지 않고 비교적 순수한 형태로 전래된 서양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