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벅차다. 드디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휘슬이 울렸다. 32개국에서 참가한 전사들은 조국의 승리를 위해 투혼을 불사르고, 지구촌 사람들은 인종과 이념을 초월해 그들이 펼치는 명연기와 각본 없는 드라마에 환호한다. 그래서 월드컵은 단순히 축구경기가 아니라 피와 땀, 열정, 환희가 어우러진 지구촌 대축제라고 말하지 않던가.
23인의 태극전사들도 방패와 창을 들고 출정했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명예를 걸고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16강 진출을 놓고 일전을 치른다. 그리고 온 국민은 12번째 선수로서 다시 하나가 된다.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 6월의 붉은 함성은 다시 대한민국의 밤을 뜨겁게 달굴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은 모든 국민들에게 자신감과 긍지를 심어주었다. 목청껏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외쳤던 그 한 달이 얼마나 행복했던지.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울컥하는 기분이 든다. 잘 살든, 못살든, 어떤 이념도 없이 모두 붉은티를 입고 순수하게 ‘대~한민국’을 외쳤던 그 시절이 그립다.
오늘날 스포츠는 단순한 놀이 그 이상이다. 최근엔 구경의 차원을 넘어 직접 참여하는 동호인들도 늘고 있다. 사람들은 스포츠를 통해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행복의 극한을 느낀다.
스포츠만큼 국민들의 결집을 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 도구도 없을 듯하다. 이는 한국교회가 스포츠 사목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태릉선수촌 내에 선수들과 감독, 코치 등을 위한 성당을 건립하며 스포츠 사목의 단초를 마련했다.
스포츠 사목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그 토대는 준비돼 있다. 각 교구 및 본당별로 마라톤, 축구, 테니스, 등산 관련 동호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스포츠가 신앙인들의 결속을 다지고 냉담을 방지하는 훌륭한 신앙도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앙인들의 다양한 바람에 부응한 맞춤형 사목과 선교가 절실한 상황에서 스포츠 자체가 하나의 황금어장인 셈이다.
월드컵의 해인 만큼 축구 얘길 조금 더 하면 역대 월드컵 우승 국가들과 본선 참가국들의 면면을 보면 가톨릭 신앙이 주류를 이루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가톨릭은 축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정치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스포츠 정신은 종교적 신념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스포츠는 근본 정신인 페어플레이를 바탕으로 국민적 화합과 친교를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더구나 스포츠 스타들은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큰 인기를 누리며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 스텔라 선수처럼 여러 분야의 스포츠 스타들이 시합 때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십자성호를 긋는다든지, 골을 성공시켰을 때 무릎을 꿇고 기도를 바치는 모습은 그리스도인들의 절대적인 소명인 선교에 있어 다른 어떤 방법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참된 스포츠 정신을 되살리고, 스포츠가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목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자, 이제 붉은 옷을 챙길 때다. 우리 모두 지구촌 축제에 동참하자. 승리하면 함께 기뻐하고 패배해도 아픔을 다독일 수 있는 여유를 갖자. 성숙한 모습으로 신명나게 응원과 경기를 즐기자. 대한민국이 6월의 붉은 함성으로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