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주변 해역의 해류
제주도와 상해 사이의 해류는 황해난류와 황해한류가 양자강 입구와 제주도 사이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와류형태이다. 또한 황해 서쪽 중국 연안 해역의 해류방향은 6월에서 8월까지 수심 5m층과 저층이 제주도 서쪽 죽도로 향하고 있다. 양자강 입구 숭명도 동쪽에서 바람과 폭우 등으로 범포, 타(키) 등이 파손돼 바람과 범포에 의한 정상적인 운항을 할 수가 없었으므로 라파엘호는 해류에 의해서 제주도 서쪽 해안으로 표류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제주고 서쪽 해안의 특성
제주도 한경면 고산리 서쪽에 있는 죽도를 중심으로 북동쪽과 남동족 10㎞의 해안선 형태를 보면 용수리 포구와 같이 돌바위가 적은 곳이 없다. 항포구가 개발되지 않은 1845년대에 선박의 입출항이 편리하게 자연적으로 형성된 항포구로는 용수리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상해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경우 65˚ 방위로 라파엘호가 표류하였다면 한라산은 174㎞, 수월봉은 52㎞, 죽도는 35㎞, 비양도는 46㎞가 떨어진 해상에서 이론적으로 보일 수 있다. 시계쩍인 제한으로 죽도에서 상해쪽으로 245˚ 방위100㎞ 떨어진 해상에서는 한라산 정상이 보이고 수월봉, 죽도, 비양도 순서로 제주도 서쪽 해안을 확인 할 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맺음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1845년 8월 17일 중국 상해시 금가항 성당에서 사제품을 방았다. 김신부를 포함해 페레올 주교, 다블뤼 신부 등 13명이 8월 31일 총 톤수 27톤 정도인 라파엘호(길이 13.5m, 폭 4.8m, 깊이 2.1m)를 타고 상해항을 출발, 조선의 제물포항(현 인천항)으로 향했다. 항해 도중 바람·파랑·폭풍우로 범포와 타가 파손돼 정상적인 운항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해류, 조류 및 바람에 의해 9월 28일 제주도에 표착했다. 상해와 제주도 사이의 해류 방향, 지리학 시정거리, 제주도 서쪽 고산 주변 해역의 해안 형태 등을 해양학, 해상 기상학, 항해학, 선박 운용학적인 면에서 종합 분석한 결과 한경면 용수리 포구가 표착지점으로 추정된다.
라파엘호의 선형을 추정하기 위해 표류 항로에 대한 측면에서 접근했다. 본 연구내용으로부터 얻은 결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라파엘호는 평저형선의 둥근 형상을 한 한선(韓船) 특유의 해선(Sea ship)인 재래형 어선이라고 추정된다.
2. 항해 일지에 기록된 라파엘호의 선형 치수를 조선 공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였으며, 복원한 치수는 길이가 45자(13.5m), 폭이 16자(4.8m), 깊이가 7자(2.1m)로 확정됐다.
3. 도출된주요 치수를 갖는 라파엘호의 고증된 선형을 복원 설계하였으며, 선형에 대한 복원 성능 계산 및 풍동 실험을 수행하여 그 안정성을 확인하였다.
4. 라파엘호의 배밑 구조는 평판형 구조로써 두꺼운 3재로 이뤄져 있으며, 가로 방향으로 장삭이라는 나무못으로 견고하게 결착시켰다. 이물부의 이물 비우는 평판형 선수(Bunted stem)이고, 고물 비우는 하판이 설치된 평판형 선미(Transom planking) 구조였다고 판단된다. 또한 심판은 늑골 및 횡격벽이 없는 대신 가목이 설치되었고, 좌우 현의 삼판과 삼찬은 가룡목으로 결착시켰으며, 삼판은 ㄴ-형 홈을 파내어 삼판을 겹쳐 설치하고 피삭이라는 나무못으로 결착시킨 「홈박이붙이클링커형선」이었다.
5. 라파엘호는 전형적인 한선의 특징인 갑판상에 호롱과 창구가 3개 설치되어 있고 2개의 돛과 곷대가 설치되어 있는 「2-장 범선」이었다.
6. 라파엘호의 선형을 실증적으로 고증·설계·복원·건조하여 재현시킴으로써 성 김대건 신부를 기리는 데에 큰 의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고대 한선 연구 자료로도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