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ㅆ탱아, 즐겜 한판 뜨자.”
“ㅆ방, 내 ㅈ나 하고 싶었는데 씨ㅂ 돈이 없네.”
“븅신 새끼, ㅈ나 구리게 구네.”
“ㅆ빠빠순 같이 굴고 앉아있네. 안 그래도 담탱이 때매 ㅈ나 짱나는데.”
“ㅆ댕, 쩐다 쩔어. 닭질 그만하고 튀자.”
요즘 아이들, 욕 좀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10대들의 대화를 엿들어보려해도, 어른의 귀로는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다. 절반은 욕이고 절반은 축약어 형태로 만든 은어와 비속어다.
남학생 여학생 가릴 것 없이 ‘씨×’, ‘개××’, ‘미친×’, ‘×랄’, ‘존×’… 등등의 욕설을 감탄사나 조사처럼 자연스럽게 내뱉는다. 화가 나서도 아니다. 요즘 아이들, 희로애락 모든 감정을 욕으로 표현한다. 최근엔 10대들이 즐겨 부르는 대중가요 가사에도 욕이 버젓이 자리 잡은 경우까지 생겨났다.
10대들은 대화에서 욕이 빠지면 멋이 없다고 말한다. 가장 심한 욕을 가장 멋있게 한 아이가 가장 인기 있다. 그들에게 욕은 욕이 아니다. 친한 친구에게는 더 심한 욕을 던진다. 욕으로 말을 못하면 왕따가 될 뿐이다.
지난 2007년 서울대 국어교육학과 조사 결과 남녀 중고등학생 96% 이상이 평상시 대화에서 욕설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파주YMCA가 지난 5월 발표한 ‘청소년 욕 사용실태’에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욕 사용이 일상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YMCA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생활을 하면서 노출될 위험요인으로 ‘언어폭력’(30.6%)을 가장 먼저 꼽았다.
인터넷 속은 더욱 악취 나는 욕 쓰레기장이다. 온라인 게임 등에서 익명이라는 이유로 오가는 욕설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라는 명성답게 욕이 퍼지는 속도도 빠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왜 이렇게 욕을 해댈까?
“남에게 상처 주는 게 아니라 내 감정을 표현할 때 쓰는 건데요 뭐.”
“어? 욕 안하는 사람도 있나요? 이렇게 말해야 속이 시원하죠.”
“우리가 하면 버릇없는 것이고, 어른들이 하면 정겹고 구수한 게 욕인가요?”
욕설이 10대들의 하위문화로 파고들어 앉은 데는 기성세대들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저속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는커녕 어른들 또한 욕에 중독되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대학생, 직장인, 동네 아줌마부터 국회의원 등의 공인들까지 우리 사회 어른들도 욕을 입에 달고 산다. 문제는 개선할 의지조차 없는데 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뜻도 모른 체 따라하고, 중고등학생은 ‘유행’이라고 따라한다. 대중매체를 통해 무분별하게 떠들어대는 욕설 또한 청소년들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데 한몫 한다.
욕은 집과 학교, 학원에서 교육되고 인터넷에서 또 재생산되고 대중매체에서 확산·정당화되고 있다.
그러나 독설과 막말 등을 방치하면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폭력성과 공격성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아울러 언어 파괴는 자아존중감 발달과 책임감 형성 등에도 그릇된 영향을 끼친다.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욕은 언어를 이용해 누군가를 공격하는 대표적인 행위”라며 “욕설 사용이 습관화된 아이들은 행동조절 등의 상담치료를 받도록 도와줄 것”을 권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많은 부모들이 욕하는 자녀의 모습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교정과 치료에 무심할 수 있다”며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의 경우 또래집단 안에서 욕하는 버릇을 습득하는 경우가 많아, 또래 전체가 바른 말을 익힐 수 있는 생활교육 기회를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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