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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에 만난 사람] 「말기암환자 판정후 생존기간 연구한」서울대병원 허대석 박사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09-06-25 01:40:00 수정일 2009-06-25 01:40:00 발행일 1998-11-08 제 2126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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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판정후 3개월내 사망” 50%
91. 3~96. 2 서울대 입원 18세 이상 말기 암 환자 271명 조사
환자 특성 다양하지만 객관적 자료로 활용
가족 의사 등 남은 삶 계획 설정에 많은 도움
말기암환자들은 진단 후 얼마나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서울대병원 내과 허대석(프란치스코ㆍ서울 반포본당) 박사는 최근 대한 암학회지에 한일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과장팀과 함께 연구한 말기 암 판정 환자들의 생존기간 조사 결과를 발표, 암환자 연구의 객관적 자료를 제시했다.

이 연구는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 50%가 11주, 약 3개월 내에 사망한다는 결과를 보였다.

현재까지 말기 암 환자 생존기간에 대한 의사들의 개인적 판단은 부정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허박사의 연구결과는 말기 암 환자 생존기간 추정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박사는 91년 3월부터 96년 2월까지 서울대병원에서 말기 암 판정을 받은 18세 이상 환자 27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통계적인 지표이기 때문에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는 환자 각각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 허박사는 『그러므로 환자 특성에 따라 자료를 참고한 가운데 의사의 경험에 따른 판단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허박사가 말기 암 환자 생존기간을 연구한 동기는 「환자와 가족측면」「의사의 측면」「보건정책적 측면」에서 이루어졌다고.

『환자와 가족측면에서는 남은 생존기간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또한 의사에게는 환자 가족들과 상담하고 환자의 예후에 대한 설명과 말기기간을 관리하는 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허박사는 말기암환자를 위한 정책결정시 요구되는 경제적 문제 인적 자원을 고려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연구였다고 밝혔는데 그는 개인적으로 말기 암 환자들을 돕기 위한 호스피스 활동에도 적극 참가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병원내 호스피스 모임인 등불모임을 매주 1회 9년째 이끌어오고 있으며 최근 발족한 한국 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 회원이기도 하다.

말기암환자들을 진료하는 가운데 그들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호스피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전한 허박사는 환자들의 고통스런 하소연을 들으면서도 근원적으로 그들을 더 도울 수 있는 방책을 발견 못할 때 직업적 패배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신앙적으로 다시 기운을 얻고 근원적 치유가 불가능하더라도 주어진 여건에서 환자들을 돕는 방안을 생각하게 된다고.

허박사는 그런 면에서 가톨릭신자가 아니었다면 암전문의라는 직분은 감당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들려준다.

암환자들과 가족을 만나면서 죽음 앞에 선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느낀다는 그는 개인적으로 암환자와 그 가족들을 대하는 순간마다 살아 계신 예수님을 체험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