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미 주교회의, 정부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 허용 비난

입력일 2009-03-18 00:00:00 수정일 2009-03-18 00:00:00 발행일 2009-03-22 제 2640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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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잘못된 선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기금 제한을 철폐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 D.C., 미국 외신종합】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3월 9일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과 관련, 미국 주교회의가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 주교회의 생명위원회 위원장 저스틴 리갈리 추기경은 최근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선택한 새로운 행정 명령은 과학과 윤리에 대한 정치권의 슬픈 승리”라면서 “이는 생명의 문화를 무너뜨리고,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개탄했다.

리갈리 추기경은 이어 “윤리적으로 잘못된 이 법안은 무죄한 인간 생명을 파괴하고, 연약한 인간 존재를 단지 하나의 상품처럼 취급하게 한다”며 “특히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수많은 미국의 납세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우리는 그 동안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으며 의학적으로도 충분한 효용 가치를 지닌 보다 진전된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해 왔다”며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외면하고 결국 잘못된 선택을 골랐다”고 지적했다.

리갈리 추기경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1월 16일 미국 주교회의 의장 프란시스 조지 추기경이 행정 명령에 서명하지 말 것을 요청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의 내용을 상기시키며, 이번 행정명령의 오류를 세 부분으로 나눠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첫째, 배아줄기세포의 가능성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는 이미 지난 2001년 이후 비연방정부 기금으로 생산된 수백 개의 줄기세포주를 활용해 충분히 진행됐다. 따라서 더 이상 연방정부기금을 이 연구에 지원할 필요가 없다 ▲둘째, 성체줄기세포 연구의 눈부신 발전을 통해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기능을 지닌 줄기세포를 생산해 낼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의 생산은 더 이상 과학 및 의학 발전에 의미가 없다 ▲셋째, 난치 및 불치병 치료는 물론 손상된 장기를 회복시키는 등 성체줄기세포는 현재까지의 연구만으로도 이미 그 다양한 능력을 입증했다 등의 이유를 들어 이번 행정명령은 잘못된 것임을 지적했다.

리갈리 추기경은 아울러 “만약 미국 정부가 질병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을 치료하고, 또 윤리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의학과 과학의 발전을 원한다”면 “무엇보다도 모든 인간이 존엄성을 갖고 태어나 죽음을 맞는 그 순간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의학 연구와 투자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