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순절에 듣는 수난곡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4-02-29 11:29:00 수정일 2004-02-29 11:29:00 발행일 2004-02-29 제 2387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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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선율에 녹아흐르는
지친 예수의 고통과 눈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길은 인간을 하느님 곁으로 인도하는 천국의 계단이다. 「수난곡(Passion)」은 이 십자가의 의미를 극대화한 종교음악 최고의 역작으로 손꼽힌다. 예수의 고통을 되새기며 회개와 보속에 힘쓰는 사순기간을 성음악과 함께 하면 어떨까. 각 악기소리와 노래말의 뜻을 이해하고 들으면 더 깊이있는 묵상에로 빠질 수 있다.

마태·요한수난곡

수난곡(Passion)은 4복음서에 나타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이야기를 음악적으로 작곡한 것.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는 총 5곡의 수난곡을 남겼으나 완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수난곡은 마태?요한수난곡 밖에 없다.

「마태수난곡」은 전체 2부 78곡으로 이뤄져 전곡 연주에 3시간이 소요되는 대작이다. 마태오복음 26장과 27장, 예수가 자신이 겪을 십자가의 고난을 예고하는 것부터 체포, 재판, 처형, 묻히심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낮고 부드럽게 흐르는 바이올린 선율과 비탄에 가득찬 노래는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전한다. 「나의 하느님, 눈물흘리며 기도하는 나를 불쌍히 여기고서」로 시작하는 제39곡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쉬 감독의 유작 「희생」의 시작곡으로 우리 귀에도 익숙하다.

「요한수난곡」은 요한복음 18, 19장을 인용했다. 십자가형을 내리라고 악을 쓰는 군중을 모티브로 한 군중합창이 두드러진다. 특히 총 8개의 아리아(독창) 부분은 귀여겨들을만 하다. 시작은 수난곡이라는 제목과 달리 절박하거나 비탄한 음조는 아니지만 조용하고 단호한 바이올린 소리는 십자가에 못박히면서도 당당한 그리스도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음반·공연실황 DVD도

수난곡 음반은 일반 시중에 다양하게 출시돼 있으며 최근 해외공연실황을 담은 DVD도 수입돼 선보이고 있다.

G.B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십자가 아래 선 성모)」는 십자가의 길 중 바치는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의 주의 상처 깊이 새겨주소서』를 형상화한 곡이다. 총 12곡으로 구성, 예수의 죽음을 지켜보는 성모마리아의 슬픔을 그린 서주로 시작해 「육체는 죽어 썩더라도 영혼은 천국영복을 누리소서」라는 장엄한 곡으로 마무리된다.

주세페 젤리올리의 「그리스도의 수난」은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모습부터 십자가에서 죽기까지를 표현하고 있다. 6악장의 합창과 연주곡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하느님의 아들」임을 세상에 선포하는 마지막의 장엄한 합창은 수난을 통한 인류의 구세주를 알게 한다. 성바오로 미디어(www.paolo.net)에서 음반을 구입할 수 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