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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정 축일’ 유래와 전례, 의미

곽승한 기자
입력일 2003-01-01 10:46:00 수정일 2003-01-01 10:46:00 발행일 2003-01-01 제 2329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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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렛 성가정 모범 본받기 위해 제정
1921년 베네딕도 15세, 공식 축일 선포
17세기 유럽에서 시작
성탄 다음 주일에 지내
성가적 축일은 가정의 모범인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특별히 기억하고 그 모범을 본받도록 하기 위해 제정됐다.
2002년 12월 29일은 우리 가정의 모범인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다. 「성가정」은 예수와 그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양부인 요셉으로 구성된 나자렛의 가정을 일컫는 용어로, 오래 전부터 가톨릭 신자들의 신심 대상이었다.

성가정 축일의 의미를 살펴보면, 우선 성자인 예수는 요셉과 마리아의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하기를 원했다. 『예수는 부모와 함께 내려가 나자렛으로 돌아가서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루가 2, 51)라는 복음의 내용에 근거할 때, 예수는 친히 가정에서 부모에게 순종하며 살면서 이상적인 그리스도교 가정의 모범이 되는 탁월한 가정 생활을 했던 것이다.

아울러 소년 예수가 홀로 성전에 간 사건(루가 2, 41∼50)은, 「하느님 나라를 위한 철저한 봉헌의 삶은 현실의 가정을 초월한 새로운 양식의 삶」임을 보여준다. 즉 그리스도를 따르는 구원의 삶, 부활의 삶, 영생의 삶은 부모.형제.친척.가정까지 버려야 하는 결단도 요구하는 것이다(마태 10, 34∼39 루가 14, 26∼27).

따라서 나자렛의 성가정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개방성과 이웃을 위한 연대적인 삶 안에서만 참 가치가 확인되는 하느님을 체험하는 친교의 현장으로서 거룩한 가정이다. 또한 이 성가정은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 가정의 원형이요 모범이기도 하다.

교회는 나자렛 성가정을 특별히 기억하고 그 모범을 본받도록 하기 위해 성가정 축일을 제정했다.

성가정에 대한 신심이 교회 내에서 확산된 것은 지난 17세기 무렵으로, 벨기에와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된 성가정 공경이 캐나다 퀘벡의 초대 주교 라발(1623∼1708)에 의해 캐나다로 확산되면서 특별 미사가 봉헌되고 기도문이 제정됐다.

또 「성가회」, 「성가정 선교 수도회」, 「성가정 자매회」, 「베르가모의 성가정 수녀회」 등 성가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수도 공동체들이 설립되기 시작했으며, 많은 지역에서 3월을 성가정을 공경하는 달로 지냈다.

1893년에는 교황 레오13세(1878∼1903)가 모든 가정을 성가정에 봉헌했고, 1921년 10월 26일에는 교황 베네딕도 15세(1914∼1922)가 이 축일을 공식적으로 선포하고 모든 교회에서 이 축일을 기념하도록 했다.

성가정 축일은 처음에 주님공현대축일 다음에 오는 첫 번째 주일에 지냈으나, 1969년 전례력 개정으로 성탄팔일축제 내의 주일, 즉 예수성탄대축일 다음의 첫째 주일이나 주일이 없으면 12월 30일에 지내고 있다.

가정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며 인간다움을 구현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는 장이다.

교회는 이 축일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더 나아가 나자렛 성가정의 모범을 따라 모든 가정이 하느님 사랑과 구원에로 협력할 것을 강조한다.

곽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