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한의사협회, 안락사 낙태 대리모 허용 ‘의사윤리지침’ 발표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1-11-25 03:47:00 수정일 2001-11-25 03:47:00 발행일 2001-11-25 제 2276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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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생명적 ‘패륜지침’에 경악
“생명 살리는 직분 망각한 이기주의 집단”
인간 생명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의사들이 오히려 생명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반생명적인 윤리지침을 확정 발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1월 15일 안락사, 낙태, 대리모 허용 등 하느님의 창조 질서와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건을 「의사윤리지침」이라는 이름으로 확정 발표했다. 이로써 의협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경전」으로 삼아 생명을 살리는 소명을 부여받은 의사로서의 직분을 망각한 채 「죽음의 문화」에 앞장서는 이기주의적 집단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지침은 제54조에서 『의학적, 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에도 낙태 시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오히려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에는 낙태를 해도 괜찮다는 허용의 입장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지침은 또 제30조 회복 불능 환자의 진료 중단, 제55조와 56조의 인공수정과 대리모에 관한 내용에서 안락사, 대리모를 허용하고 있는 등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들을 인정하고 있다.

지침은 이미 지난 4월 내용이 공개돼 그 비윤리성에 대해 종교 및 시민단체로부터 격렬한 비난과 질타가 있었고 현행 실정법과도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협은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하거나 관련법 개정, 제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체 수정 없이 확정 발표함으로써 애당초 여론 수렴이나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은 독단적인 행태를 보인 셈이다. 특히 지침은 낙태, 안락사, 대리모 등 실정법에서도 엄연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부분까지도 허용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윤리적인 무감각 뿐만 아니라 법체계까지 무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주교회의 정평위 이창영 신부는 이와 관련해 『진심으로 개탄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며 『생명을 지키는 존엄한 소명을 부여받은 의사들이 어떻게 이런 내용을 「윤리지침」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교회내 유관 기구와 관계자들은 이번 윤리지침 확정 발표가 한국 사회의 생명문화 건설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으로 평가하고 조만간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와 가톨릭의사협회는 12월 1일 모임에서 대처 방안을 논의한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