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가슴이 너무나 아파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인용진(베네딕또·1살) 아기가 요즘 유일하게 되풀이하고 있는 말이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의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한다는 자책감 때문에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를 찾는 용진이의 쉰목소리는 생활대책조차 막연해진 어머니 민동연(헬레나·33)씨의 가슴을 더욱 저미게 한다.
한창 재롱을 부릴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핏기가 전혀 없는 창백한 얼굴로 엄마품에 매달려있는 용진이는 심실벽에 밤톨만한 구멍이 두개나 뚫려있어 하루바삐 수술을 받아야하는 후천성 심장병 환자이다.
금년 4월 서울대학 병원에서「심실 충격벽결손·심부전증」을 앓고 있으니 오늘이라도 수술을 해야된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단칸 월세방에서 어머니의 파출부 수입으로 근근히 연명해나가는 형편으로는 1천만원이나 되는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이 시간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가슴만 태우고 있다.
용진이 부모가「아기의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생후 2개월무렵.
의사에게서「심장병」이란 진단을 받았지만 당시 충청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용진이 가족은 돈에 여유가 없는데다『만에 하나 심실벽에 뚫린 구멍이 저절로 막힐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어쩔수 없는 상태에서 치료를 미뤄왔다.
날이 갈수록 균에 대한 저항력이 없는 용진이는 감기만 걸려도「까맣게 죽어갈」정도로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고 설상가상으로 집안문제까지 겹쳐 세가족은「아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20만원에 3만원짜리 월세방을 얻어 의정부로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외판원으로 벌어들이는 아버지의 수입은 치료비는 커녕 생활비만 대기에도 빠듯할만큼 적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영세민 카드도 가장이 젊다는 이유로 발급이 안돼 이에 충격을 받은 용진이 아버지는 급기야 두 모자를 남겨두고 한달전 가출을 해버리기에 이르렀다.
생계를 떠맡게된 용진이의 어머니는 잠시도 떼놓을 수 없는 용진이를 업고 남의 집을 돌아다니며 파출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부업이 될새라 밤 12시까지 1개 2원씩하는 플라스틱 인형을 조립해보지만 날이 갈수록 피로만 쌓여갈뿐 심장초음파검사를 받느라 주변에서 빌어쓴 돈조차 갚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머니 민동연씨는『용진이가 잠을 못자고 거칠게 호흡을 하면서 머리를 든채 몸부림칠 때는 차라리 그 고통을 대신 짊어지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한다』면서 그런날이면 용진이를 안고 밤을 새우기 일쑤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밥을 씹지 못하기 때문에 정상아보다 체중이 4㎏이나 미달하는 용진이는 현재 보름전에 걸린 감기가 페렴으로 번져 그나마 먹은 음식을 토하고 쉴새없이 기침을 하는 등 아주 악화된 상태.
그러나 우연히 알게 된「사랑의 고리」의 도움으로 2주전부터 심장병약만 먹고 있을 뿐 합병증으로 번질위험을 목전에 두고도 별달리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런와중에서도 용진이는 금년 6월 의정부본당에서 베네딕또란 영세명으로 세례를 받아 신심이 깊은 구교집안의 뿌리를 이었다.
『작년 여름 심장병을 앓고 있던 옆집 갓난아기가 엄마가 안고 다니는 도중에 소리없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섬뜩했다』는 용진이의 어머니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젖병을 빨고있는 용진이를 보면서『이제는 천주님을 붙들고 매달리는 수 밖에 없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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