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지 않는 편이지만 지난 토요일, 우연히 한 드라마를 보게 됐다. 한 할머니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손녀뻘 되는 여주인공을 회상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대사가 이러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정심은 있지만 측은지심은 좀 달라. 동정심이 가엾게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라면, 측은지심은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마음이거든. 불쌍한 사람을 보고 ‘에고, 가여워라’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손을 내밀진 않지.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사람은 손을 내밀게 되거든.”
여기서 잠깐 드라마를 교리와 이어볼까.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병상련의 상태에서 서로간의 ‘연민’(compassion)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본능적 성향을 알고 있으며, 이 연민은 맹자가 말한 사단(四端) 중 ‘측은지심’이라 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측은지심은 곧 사회 안에서 자비를 낳는다. 자비는 우리로 하여금 돌봄과 관심을, 친절과 용서를 확장해나갈 태세를 갖추게 해준다. 드라마는 이어지고 할머니가 계속해서 말한다.
“그 때 은성이가 날 도와주고 일주일간 날 돌봐준 것은 성경에 나오는 과부의 은전 한 닢과 같아. 먹고 나눌만 해서 준 게 아니라 허기를 나눈 거야. 그때 그 아이 형편이 그 정도였거든.”
폐지를 주워가며 평생 모은 1억을 아프리카 돕기에 쾌척한 이현숙·박만복 부부(2009년 7월 5일자) 기사에 이어 이번 주에도 각 본당들이 실천한 사랑 나눔 기사가 가톨릭신문에 실렸다.
먹고 살기 팍팍한 요즘, 나보다 어려운 이웃들과 가진 것을 나누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꺼이 손을 내미는 가톨릭 신자들을 보며,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측은지심’을 가진 신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체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