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첫 부분을 이루는 모세오경은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들로 가득 차 있는 한 편의 인생 드라마로서,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감상해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움과 감동을 지니고 있다. 특히 모세오경을 이루는 이야기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들」의 이야기이며, 생생한 우리 삶의 「주변」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요한 영식 신부(가톨릭대 교수, 한국가톨릭성서학회 총무)가 펴낸 「이야기로 배우는 모세오경」(생활성서사/272쪽/9000원)은 지난 99년부터 3년간 월간 「생활성서」에 연재된 것을 모아 편집한 것으로, 「이야기」란 보편적인 문학 양식을 빌려 수천 년 전부터 전해져 오는 성서 이야기들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쉽게 풀어 쓴 것이다.
책은 총 37개의 소단원으로 이뤄져 있다. 1장부터 11장까지는 아담과 하와, 카인과 아벨, 노아와 홍수 등 창세기에 나오는 내용을 담았으며, 이어 12장부터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이야기가 연결된다. 마지막 부분을 이루는 출애굽기와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는 몇 개의 주요한 사례와 핵심 주제들을 차례로 짚어가며 소개했다. 책은 핵심 줄기가 되는 본문 텍스트에 대한 비교적 자세한 문헌 비평은 물론, 당시 저자들의 역사적?심리적 배경에 대한 분석도 함께 실었다. 아울러 당시 근동 지방의 설화나 문화, 풍습, 사고 방식 등도 엿볼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모세오경의 각 권을 구분해 주는 대단원이 생략된 이유는 모세오경이 원래는 서로 연결되어 있던 하나의 두루마리 묶음이었다는 점, 또한 그 형식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세상 창조와 인류의 시작을 기점으로 「하느님 백성의 긴 여정」이라는 점 때문이다.
고고학적 탐사와도 같은 작업을 이어 가고 있는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모세오경 전체에 대한 안목이 생기게 될 뿐 아니라, 전에는 세세한 조항을 지루하게 나열한 법전처럼 느껴지던 성서 낱권들이 한층 더 친숙해지고 이해의 범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이스라엘 성조들을 통해 드러난 충실과 불충실, 믿음과 회의는 오늘날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며 자신의 삶을 엮어 가는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며 『이 책이 모세오경에 반영된 하느님 백성의 삶을 올바로 이해하고, 이를 우리 자신의 삶과 연결시키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