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일 제57차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인공지능과 평화’를 제목으로 담화를 발표하고,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인간에게 평화의 길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존엄성 존중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은 담화에서 먼저 과학과 기술의 진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인간을 당신 모상으로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한 창조적 잠재력에서 나온 성과물로 이해했다. 그러면서 과학과 기술의 뛰어난 성취로 인해 과거에는 치료하지 못했던 수많은 질병에서 해방되고, 인간이 과거에는 갖지 못했던 다양한 현실에 대한 통제력도 행사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교황은 과학과 기술의 진보 이면에는 인간 생존을 위협하고 공동의 집인 지구를 위태롭게 만들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교황은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지능에 인간이 지배될 수 있는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선택의 자유에 제약을 받는다”고 밝혔다.

교황은 인공지능과 신기술의 효율적인 과제 수행에 수반되는 위험성을 막기 위해서는 그 작동의 목적과 의미는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긴박한’ 윤리 문제를 제기했다.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 개개인의 고유성이 확인되거나 본질적이고 인간적인 가치가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황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최첨단 무기들이 전쟁의 죄악성에 더욱 냉담하고 무관심한 세상을 만들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장 진보된 기술 애플리케이션을 폭력을 조장하는 데 사용할 것이 아니라 평화의 길을 닦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