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Wake up 국제 청소년 센터 "청년·청소년 신앙 일깨우고 첨단기술로 소통하다"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3-04-04 수정일 2023-04-04 발행일 2023-04-09 제 333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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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해미성지에서 14일 개관
메타버스·가상현실 등 활용
디지털 통한 신앙 체험 도와

Wake up 국제 청소년 센터에 마련된 교황 방문 기념관.

VR(가상현실) 장비를 착용하고 프로그램을 켜자 해미에 있는 산수저수지가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박해 시기, 신자들이 매질을 당하며 압송됐던 고난의 길은 천사가 맞이하고 반딧불이가 길을 밝힌다. 저수지에서는 화려한 분수쇼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물줄기는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고 고래 두 마리가 사이좋게 물 위를 헤엄치고 있다. 피로 물들었던 순교자의 길은 가상현실 안에서 하느님에게로 가는 영광의 길로 재현된다. 그 안에서 오래전 세상을 떠난 순교자를 만나고, 교황청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하나가 된 것이다.

4월 14일 문을 여는 Wake up 국제 청소년 센터(이하 Wake up 센터)는 전 세계 청년, 청소년들이 연결되고 나아가 하느님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해미에 세워졌다.

2014년 8월 17일, 충남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차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폐막미사에서 “아시아인들이여, 일어나십시오!”(Asian, you wake up!)라고 외쳤다. 삶을 가로막는 장애물로부터 용기를 내고, 신앙의 눈을 흐리게 하는 것들로부터 깨어나라는 교황의 메시지는 아시아 청년들에게 울림을 전했다. 순교자의 얼이 서려있는 해미에 울려퍼진 교황의 메시지는 세계 청년과 청소년들을 연결하는 센터 건립으로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점으로 서산시의 해미읍 관광자원 개발 계획이 탄력을 받았고 Wake up 센터 건립이 결정됐다. 지난해 6월, 서산시와 위수탁 계약을 맺으면서 Wake up 센터 운영은 대전교구 청소년 법인 대철청소년회(이사장 조수환 바오로 신부)가 맡게 됐다. 건물의 내용을 채우는 것은 대전교구 몫이었다.

Wake up 센터 관장 박진홍(요셉) 신부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던 바둑경기를 보면서 모든 것을 인공지능이 판단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그때 우리가 과연 복음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며 “처음에는 겁이 나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 싶었지만, 그대로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의지가 곧 생겼다”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그때부터 마음이 맞는 신부들과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하고 세미나를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왔다. 인공지능 시대를 피할 수 없다면 그 안으로 들어가 사목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닿았다. 그리고 오랜 고민의 해답을 Wake up 센터에서 찾아내고자 했다.

Wake up 국제 청소년 센터 교황 방문 기념관에 마련된 순교자 캐릭터에 말풍선을 띄울 수 있는 가상현실 체험 전시장. Wake up 국제 청소년 센터 제공

Wake up 센터는 교황 방문 기념관, 컨퍼런스동, 숙박동으로 구성됐다. 기념관에서는 디지털 영상을 중심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이야기와 순교자들의 이야기가 전시된다. 1938㎡ 넓이의 컨퍼런스 동에는 세미나실과 회의실, 오디오 스튜디오를 비롯해 이동식 확장현실(XR) 스튜디오, 메타버스와 가상현실(VR)을 연결한 체험 공간이 꾸며졌다. 이곳에서는 VR체험을 하고 가상현실에 들어가는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장비를 갖췄다. 현재는 산수저수지와 교황청을 가상현실로 구현, 전 세계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순교자의 길을 걸으며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박 신부는 “지금은 말풍선으로 대화하는 수준이지만 동시통역이 가능해지면 여러 나라 청소년들이 가상현실 안에서 만나서 대화하고 함께 걸어 다닐 수 있다”며 “해미지역 순례자가 걸었던 길 전체를 디오라마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한 기술의 발전. 그 결과가 낙관적일지 비관적일지는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이 결정할 수 있다. 또한 바뀐 시대를 인지하고 신앙 안에서 그에 걸맞게 활용하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박 신부는 “우리 세대는 그 기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며 “이를 활용하는 젊은이들이 보다 잘, 유용하게 그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Wake up 국제 청소년 센터가 교회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 청년들이 잘 자라날 수 있는 토대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