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물가 어려움 겪는 교회 내 무료급식소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02-14 수정일 2023-02-14 발행일 2023-02-19 제 3331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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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값·가스비 급등에 후원도 뚝
‘급식 횟수 줄여야 하나…’ 시름 깊어

지난해 4월 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 봉사자들이 이용자들에게 나눠 줄 음식을 만드는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교회 내 무료급식소들이 새해 들어 물가상승과 가스비 등 공공요금 급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할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곳은 그나마 형편이 좀 나은 편이지만 보조금 없이 신자들의 후원금만으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의 경우 운영 상황이 많이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이 2월 2일 발표한 ‘2023년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1월 물가가 오른 데에는 공공요금 인상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올해 1월 전기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5%나 올랐다. 이뿐 아니라 도시가스는 36.2%, 지역 난방비는 34%나 급등했다. 공공요금 상승률은 통계청에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였다.

대전교구 소속 무료급식소 천안 성모의 집은 관할 구청과 교구로부터 보조금과 운영비를 지원받아 무료급식을 이어가고 있지만 식자재 구입비와 가스비 급상승으로 “이전보다 아껴서 재정 지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은 전혀 없이 개인 및 단체 후원만으로 영등포 주변 노숙인들과 독거노인 등에게 무료급식을 하며 재정적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 토마스의 집 박경옥(데레사) 총무는 “기존 후원금도 줄어들었고 물가는 계속 올라 올해 특히 어려움이 크다”며 “연말과 연초에는 꼭 여러 번 떡국을 끓여 손님들을 대접하는 것이 토마스의 집 전통이지만 올해에는 떡국 재료 후원도 들어오지 않아 토마스의 집 자체 예산으로 식재료를 구입해 떡국을 대접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다들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후원하는 분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겠지만 많은 분들이 무료급식소 후원에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신자들의 후원금만으로 운영하는 청주교구 성 빈첸시오의 집도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코로나19 이전처럼 대면 무료급식 재개를 검토하던 중, 고물가에 부딪혀 운영 형태를 고심하고 있다. 성 빈첸시오의 집 박경숙(루치아) 사무장은 “깐마늘은 30% 올랐고, 가스비는 2배 가까이 뛰어 급식 횟수를 조정해야 할 것 같다”며 “예전에는 과일, 떡 같은 물품 후원도 많이 들어왔는데 지난해 중순부터 뚝 끊겼고, 이용자들에게 간식으로 5개씩 나눠 주던 라면도 1개씩밖에 못 주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