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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돌아온 일상, 신앙생활 회복 위한 피정 열기 이어져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3-02-07 수정일 2023-02-08 발행일 2023-02-12 제 333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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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아닌 성체 앞에서 함께하는 신앙의 기쁨 되찾아
실내외 마스크 의무 해제로 
본당 미사·소공동체 활동 등
신자들 신앙생활도 기지개
단체피정 재개한 피정기관들
코로나 이전 규모로 회복 중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내외 마스크 의무 해제로 신자들의 신앙생활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성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에서 피정 참가자들이 성체조배를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평소 열심히 미사에 참례했던 신자 A씨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몇 년간 성당에 가지 못했다. 한 달에 한 번씩 피정을 하며 에너지를 얻었던 A씨는 그마저도 하지 못해 답답함이 커졌다. 궁여지책으로 영상을 보며 미사를 드리거나 유튜브에서 기도 콘텐츠를 찾아보긴 했지만 성당에서 사람들과 함께 기도할 때와 같은 기쁨을 찾기 어려웠다. 비대면 미사에 대해 A씨는 “내 마음이 안 불편하려고 미사를 드리는 느낌일 뿐, 하느님을 만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A씨는 코로나19 이전의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커졌다. 미사가 재개됐고, 올해는 본당 행사들도 정상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린 것은 피정의 집이다. 평소 예수회센터에서 열리는 영신수련피정에 관심이 많았던 A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바로 피정에 다녀왔다. 그는 “피정을 통해 주도적으로 기도를 하는 시간이 많아서 신앙심이 깊어졌을 뿐 아니라 잊었던 신앙생활의 기쁨을 다시 찾게 됐다”고 말했다.

# 식당을 운영하는 신자 B씨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수입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몇 년을 버텼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는 꺾일 줄 몰랐다. 평소에 힘들 때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기도모임에 참석하며 위로를 받았지만, 코로나19로 몇 년간 신앙생활을 하지 못해 B씨는 우울감이 커졌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던 그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성당에서 미사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기도모임도 재개되면서 단원들과도 다시 만날 수 있었고, 함께 피정을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 B씨는 “코로나19로 인해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들이 없어지다보니 영적인 목마름이 컸다”며 “앞으로 정말 열심히 기도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지난 1월 30일부로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착용하도록 조정되면서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성당 및 종교시설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 내지 완화되면서 신자들의 신앙생활도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본당 미사와 행사, 소공동체 활동이 재개되면서 성당을 찾는 신자들이 늘어났고, 그들의 발걸음은 피정으로 이어졌다. 십자가와 성체가 모셔져 있는 성당에서 오랫동안 기도를 하지 못했던 이들이 신앙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된 것이다.

제주 면형의 집, 부산 성 분도 명상의 집, 예수회센터 피정의 집, 성 베네딕도 왜관 피정의 집 등은 지난해 말부터 피정에 오는 신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개인피정이 주를 이루는 예수회센터 피정의 집, 성 베네딕도 왜관 피정의 집은 코로나19로 인한 방문자의 편차가 크지 않았지만 단체가 참여하는 순례피정을 운영하는 제주 면형의 집은 오랫동안 중단됐던 단체피정을 지난해 5월에 재개, 코로나19 이전 규모로 회복 중이다.

이들 피정의 집 특징은 재방문하는 신자가 많다는 것이다. 평소에 기도를 열심히 했던 신자들은 코로나19의 여파와 상관없이 꾸준히 기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각각 피정의 집들은 신자들이 기도와 묵상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제주 면형의 집 원장 김성(요한 세례자) 신부는 “보고 걷는 동적인 피정으로 구성된 제주 면형의 집에 오시는 신자분들을 위해 올해는 쉬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여유있게 기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아무것도 너를’을 주제로 한 올해 피정 프로그램을 통해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삶을 찾고 돌아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피정에 다녀온 진범섭(가브리엘·수원 일월본당)씨는 “모니터만 보고 미사를 시청하며 신앙생활에서 큰 결핍감을 느꼈었다”며 “작년부터 피정을 다니며 기도생활을 다시 시작했는데 깊은 하느님 체험을 하면서 신앙생활의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