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운영 중단’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 재도약 나선다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01-10 수정일 2023-01-10 발행일 2023-01-15 제 332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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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넘은 산업역군 육성 역사
지원자 급감에 운영 중단 신고
소규모 직업학교 등 방안 검토

55년 동안 역사를 이어오다 지원자 감소와 사회환경 변화로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운영을 중단한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 전경.

지난 55년 동안 한국사회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생산기계 분야에서 수많은 산업역군을 길러냈던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교장 백광현 마르첼로 신부, 이하 직업전문학교)가 지원자 급감 상황 속에서 문을 닫았다.

직업전문학교는 지난해 12월 31일부로 고용노동부에 학교 운영 중단을 신고했다. 이에 앞서 12월 27일에는 후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학교 운영을 중단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청소년 교육에서 더욱 절실한 방향 모색과 사목적 쇄신을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직업전문학교는 1967년 7월 중등기술학원으로 설립돼 1970년 6월 노동청으로부터 공공 직업훈련소로 정식 인가 받았다. 1984년 3월에는 노동부 위탁 직업훈련원으로 지정됐고 1994년 12월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로 학교 명칭이 변경됐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기계를 원조받아 가정과 사회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젊은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그동안 3000명이 넘는 동문을 배출했다. 직업전문학교 동문들은 생업을 위한 기술 교육뿐만 아니라 검정고시를 거쳐 못다 이룬 배움의 꿈을 이뤘고, 제조업 분야에서 자립을 넘어 창업에 성공한 이들도 다수 나왔다.

백광현 신부는 “2015년경부터 지원자가 감소하는 등 변화가 감지됐고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으면서 2022년에는 교육생 24명으로 시작해 10명 정도만이 수료했다”고 밝혔다. 최근 교육생 중에는 정서적,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비율이 높아 직업전문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교육을 담당하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젊은 층의 제조업 기피현상도 심화됐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백 신부는 “직업전문학교 운영 재원은 교육생 수에 따라 정부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교사와 행정직원 등의 급여와 기숙사 운영비, 1000평 넓이의 교육장 유지비 등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움이 있어도 직업전문학교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깊은 숙의 과정과 내부 공청회를 거치면서 학교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운영이 중단된 직업전문학교는 향후 1년 동안 새로운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 직업훈련 기능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고 소규모 직업전문학교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로 검토 중에 있다. 교육용 기계를 몽골, 캄보디아 등에 제공할지도 올해 안에 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안학교와는 구별되는 ‘대안 공동체’ 설립, 학교밖 청소년들과의 동반, 지역사회 어린이들에게 놀이를 통한 교육 기회 제공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백광현 신부는 “현 상황을 직업전문학교에 안주하지 말고 새 시대, 새 사목을 찾아 나서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