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개도국 기후기금 지원 ‘제자리 걸음’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11-22 수정일 2022-11-22 발행일 2022-11-27 제 332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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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합의문 원론적인 내용에 그쳐
구체적인 기준 놓고 진통 예고

기후활동가들이 11월 9일 COP27이 열린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화석연료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CNS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11월 20일 막을 내렸다. 18일 폐막이 예정됐으나 막판까지 진통이 이어진 끝에 20일에서야 합의문 채택이 이뤄졌다. COP26과 마찬가지로 이번 총회 역시 최소한의 성과에 그친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대두된 두 가지 주요 의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후기금 조성 문제와 다른 하나는 화석 연료 감축 목표 강화다.

우선 기후변화에 따른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합의가 처음으로 이뤄진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경제 성장 과정에서 야기한 기후변화로 재난 피해가 집중된 개도국의 기후 적응과 피해 보상에 기금을 지원하는데 대해 합의한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정의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했고, 파키스탄의 셰리 레만 기후장관 역시 “기후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는 취약 지역에 희망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합의가 총론 수준에 머물렀을 뿐 구체적인 실행 기준과 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어떤 피해를 어느 시점부터 지원할 것이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기금을 부담할 것인지는 내년 당사국 총회로 미뤄져 더 길고 격렬한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들은 기후기금 규모가 수 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손실과 피해’ 기금을 반대해왔다. 이들은 기후기금 자체가 온실가스 배출 책임에 따른 피해 ‘보상’이 아니라 인도적 ‘지원’으로 간주한다. 특히 중국은 처음부터 ‘비용 분담은 없다’는 입장이다.

총회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의 재확인과 추가적 노력에도 합의가 이뤄졌다. 즉 파리 기후협정에서 합의된 지구 온도 상승 폭 1.5℃ 제한 목표를 재확인하고 추가적 노력의 필요성에도 재차 공감했다.

총회 개막을 전후해 1.5℃ 목표에 대한 회의적인 논의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당사국들은 지난해 COP26에서와 마찬가지로 1.5℃ 목표를 재확인하고, 석탄 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비효율적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역시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을 뿐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선진국의 배출가스 감축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더 많은 것을 이뤄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총회는 ‘손실과 피해’ 기금에 대해 총론 수준 합의에 머물렀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