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연합회 총참사로 선출된 유덕현 아빠스

이나영 기자
입력일 2022-11-16 수정일 2022-11-16 발행일 2022-11-20 제 3319호 2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달라진 한국교회 위상에 걸맞은 기도·나눔 실천해야”
연합회 역사상 첫 아시아인 총참사
미국·남미·아시아권 담당… 6년 임기
미래 이끌 젊은 수도자 위해 노력할 것

아시아인 최초로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연합회 총참사에 선출된 유덕현 아빠스.

유덕현 아빠스(야고보·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도회 고성수도원 대수도원장, 한국 남자 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가 11월 11일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연합회(이하 연합회) 총참사(Definitore)로 선출됐다. 703년 연합회 역사상, 총참사로 아시아인이 선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연합회 정기총회 참석차 이탈리아 시에나 몬테 올리베또 연합회 총원에 머물고 있는 유 아빠스를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아시아인이 뽑힌 적 없던 자리에 제가 선출될 줄은 예상조차 못했지만, 하느님이 주시는 일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전 세계 60여 개 올리베따노 연합회 수도원의 대의원들이 6년마다 모이는 정기총회. 11월 7~18일 열린 이번 총회에서 유 아빠스는 6총참사로 선출됐다. 연합회에는 6명의 총참사가 있으며, 이들 중 6총참사는 미국·남미·아시아권 수도회를 담당한다. 6총참사로 유 아빠스의 이름이 호명되자, 대의원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유 아빠스는 이 자리에서 달라진 한국교회의 위상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몇 년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세계교회는 아시아교회, 그 중에서도 한국교회에 주목하고 있어요. 높아진 위상만큼 자부심도 커지지만, 위상에 맞는 기도 생활과 나눔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유 아빠스는 연합회 내부의 변화도 느꼈다고 말했다. 유럽 중심의 중앙집권적인 연합회에서 ‘다양한 대륙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 유 아빠스는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세계주교시노드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인 만큼 수도회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총참사로서의 활동도 이러한 ‘변화’에 초점을 맞춰 펼치려 한다”고 전했다.

유 아빠스는 우선 젊은 수도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아빠스는 “날로 심각해지는 개인주의에 맞서 친교를 강조하고, ‘공동의 노동’이 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말하는 젊은 수도자들을 보며 그들이 공동체의 미래라고 생각했다”면서 “젊은 수도자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려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또한 유 아빠스는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소외감을 느끼는 미국과 남미의 브라질과 과테말라, 온두라스, 동남아시아 등지의 수도회를 자주 방문할 것도 다짐했다.

“시노드에서 강조하는 친교와 경청은 수도회의 미래에도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없도록 다가가고, 그들의 목소리에 늘 귀를 여는 모습으로 앞으로의 활동을 이어 가겠습니다.”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