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은관문화훈장 받은 도서출판 동녘 이건복 대표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10-19 수정일 2022-10-19 발행일 2022-10-23 제 331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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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의 가치 전하는 책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고 싶어”
45년간 인문·교양 분야 출간해
양서 출판 발전에 기여 공로로
바오로딸 출판사 자문 지원도

이건복 대표는 “공동선의 가치를 전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필요한 책들을 출판할 것”이라고 말한다.

“글자가 보일 때까지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필요한 책을 출판할 것입니다.”

도서출판 동녘 이건복(프란치스코) 대표에게 책은 세상을 비추는 빛과 같았다. 군부독재의 서슬퍼런 칼날이 자유와 민주화를 향했던 시절, 형 이태복씨와 출판사 광민사를 운영했던 이건복 대표는 신군부 세력이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학생운동조직 등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처벌했던 학림사건에 연루돼 출판사 문을 닫아야 했다. 어두운 세상을 바꿀 빛을 책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었던 이 대표는 1982년 4월, ‘동녘’이라는 이름의 출판사를 다시 열었다. 이곳에서 이 대표는 민주주의 가치를 담은 책들을 출판했다. 과거 이 대표에게 책은 독재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고, 이제는 공동선의 가치를 알려주는 길잡이와 같다.

“출판사를 시작했던 1980년대나 지금이나 제가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가치는 같습니다. 보다 나은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치열하게 찾는 책들을 출판하는 것이죠.”

공동선을 좇는 출판인으로서의 목표는 신앙과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 책 만드는 것에만 몰두했던 그가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 것이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 미혼모, 어려운 가운데 삶에 매진하는 소년소녀 가장 등 교회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그가 행동하도록 이끌었다.

“교회활동을 하면서 들른 미혼모 시설에서 많은 것을 느꼈고, 그들의 이야기를 알릴 수 있는 책을 만들어 필요한 곳에 나눠드렸습니다. 문서선교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바오로딸 수녀님들에게도 출판인으로서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죠.”

바오로딸 출판사에 자문을 해준 공로로 2013년에 프란치스코 교황 축복장을 받기도 한 이 대표는 “하느님이 제게 주신 능력을 세상을 위해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월 12일 제36회 책의 날 기념식에서 45년간 인문·교양 분야 도서를 꾸준히 출간해 양서 출판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또한 파주출판도시 기획·추진에 참여, 출판문화산업 집적화를 통해 기반을 구축하는 데 힘쓴 공로도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책을 읽어 준 독자, 함께 출판사를 만들어간 직원들, 어려운 시절 저를 격려해준 가족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이라며 “제게 좋은 책들을 보내주신 하느님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 20단씩 묵주기도를 한다는 이 대표는 신앙인이자 출판인으로서 올바른 가치를 전하는 책을 만들겠다는 기도도 빼놓지 않는다. 45년간 올바른 가치를 향해 걸어온 길. 녹록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하느님이라는 든든한 동행자가 있었기에 이 대표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그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도서출판 동녘은 교계 출판사는 아니지만 대중언어를 사용해 공동선의 가치를 전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걸음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