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마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공소 순례’

이나영 기자
입력일 2022-10-19 수정일 2022-10-19 발행일 2022-10-23 제 331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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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열정 되살리고 공소 활기 되찾아요”
올해는 진주지구 26곳 지정
주소·역사 안내 책자 배포
잊혀진 공소 되살리기 목표

10월 16일 백운공소를 방문한 마산 양덕동본당 ‘천사들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공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0월 16일 오전 11시, 시골마을에 승용차 두 대가 들어섰다. 차 문이 열리자 조용하던 마을에 웃음소리가 퍼져간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차에서 내린 이들은 마산교구 주교좌양덕동본당 ‘천사들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들. 40~70대 10여명이 팔짱을 끼고 움직이는 모습은 가을소풍을 온 여고생들처럼 보였다. 단원들의 발걸음은 함양본당 백운공소로 향했다. 백운공소는 박해를 피해 산속 마을로 숨은 신자들이 1880년경 설립, 옛 건물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단장 안양희(이사벨라)씨의 진두지휘에 따라 동그랗게 자리 잡은 단원들은 익숙한 듯 기도를 봉헌하고 묵상을 이어갔다.

‘천사들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공소를 찾기 시작한 것은 올 7월부터였다. 벌써 네 달째 매월 셋째 주일마다 하루를 온전히 비우고 함께 공소를 순례 중이다. 처음엔 ‘어떤 느낌인지 딱 한 번만 가보자’는 마음으로 일정을 짰지만, 이제는 교구 내 모든 공소를 순례하겠다는 열정이 단원들 사이에 퍼져가고 있다.

엄선자(체칠리아)씨에게 이번 여정은 두 번째 공소 순례다. 엄씨는 6~7월 지인들과 진주지구 공소 26곳을 모두 순례한 후, 레지오마리애 모임에서 공소 순례를 적극 알렸다. 그는 “평협에서 만든 책자를 보고서야 많은 공소들이 교구 곳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전국 성지순례도 다녀봤지만, 공소 순례는 피부에 와닿는 체감이 다른 감명 깊은 경험이었기에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소를 찾은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공소 입구에 비치된 방명록에는 300여 명의 방문기록이 빼곡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난 것은 마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최종록 대건 안드레아, 담당 최봉원 야고보 신부, 이하 마산평협)의 숨은 노력 덕분이었다.

지난 6월, 마산평협은 코로나19로 침체된 신앙을 활성화하고, 잊혀져가는 공소들을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공소 순례’를 기획했다. 올해는 진주지구 26곳 공소를, 내년에는 거제·마산·창원지구 24곳 공소를 순례지로 정하고, 순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공소 주소와 역사·사진을 정리한 책자 4000부를 제작·배포했으며, 방문 기록 스탬프를 각 공소에 비치해 순례객들이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공소 회장들 또한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공소를 상시개방하고 공소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최종록 평협 회장은 “신앙생활이 침체되어 가는 이 시기에, 박해에도 신앙을 이어간 선조들을 떠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신자들이 마음을 모으면 신앙도 되살리고 공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마산평협은 이번 순례가 공소 유지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순례객들이 자발적으로 낸 후원금을 모아 공소 유지·보수를 위해 지원할 예정이며, 공소의 현재 모습이 잊히지 않도록 사진첩 제작과 사진전도 기획 중이다.

※문의 055-249-7114 마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