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세계주교시노드 16차 정기총회 한국교회 종합 의견서 제언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10-19 수정일 2022-10-19 발행일 2022-10-23 제 331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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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 교회 실현하려면… “성찰하고, 소통하고, 복음 실천하라”
존중하고 경청·소통하는 자세
이웃 사랑과 연대 실천 강조
성령의 말씀 식별하는 교육과
하느님 자녀다운 양성 제안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교구단계를 마무리하며 지난 6월 12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2022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교회 종합 의견서를 공개했다. 이 의견서는 세계주교시노드 첫 단계인 교구단계의 각 교구 종합 보고서와 교구 책임자 모임의 제안을 바탕으로, 시노드 예비문서와 편람에서 제시된 10개 핵심 주제에 따라 종합 정리한 것이다.

주교회의는 의견서 서론에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백성이 시노드 교회의 친교와 참여를 체험하고 이를 통해 사명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음을 가장 큰 수확으로 평가했다.

■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에게 해당되는 권위주의

성직자의 권위주의 문제는 여러 곳에서 지적됐다. ‘경청’에서는 사목자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가 “경청하려는 노력의 필요성을 배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발언’에서는 ‘성직자 중심의 수직적 의사소통’ 구조에서 벗어나 ‘수평적 의사소통’으로 나아갈 것을 요청했다. ‘권위와 참여’와 ‘식별과 결정’의 영역에서도 성직자의 권위의식과 독단적 의사 결정이 지적됐다.

하지만 동시에 권위주의적인 태도는 사제들뿐 아니라 평신도들 사이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즉, “사목위원이나 단체 임원들의 권위주의적이고 고압적인 자세, 사도직 단체 활동의 봉사 직무에 대한 차별화” 등의 문제 역시 지적됐다. 결국 교회 구성원들 간의 관계가 전반적으로 ‘수직적이며 닫힌 구조’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주교회의는 의견서를 통해 “신자 공동체의 성숙을 위해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 자립적, 자기주도적 신앙생활”의 태도를 고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존중, 경청하는 시노드 교회

의견서는 전체의 내용을 시노드 예비문서와 편람에서 제시된 10개 핵심 주제에 따라 종합됐다. ‘여정의 동반자’에서는 “하느님 백성인 성직자와 평신도, 수도자가 서로에게 온전한 동반자가 되지 못했다”며 특히 청소년과 청년, 노인, 장애인, 북한 이탈 주민,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 성 소수자 등이 교회 안에서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성찰했다.

‘경청’에서는 “교회 안의 다양한 관계에서 듣는 데 어려움이 있고 함께 걸어가는 여정에 대한 동반자적 인식과 믿음의 부족이 경청의 부족으로 이어진다”며 “사랑이 동반된 동등한 관계가 되어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소통하는 시노달리타스 교회의 모습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언’에서는 ‘수평적 소통 구조’의 필요성과 ‘담대하게 말하기’(parrhesia)의 중요성이 제기됐다. 관료적이고 수직적 소통 구조 안에서 ‘양심적 발언’을 진작하기 위한 토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여러 통로의 의견 수렴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거행’에서는 전례 안에서의 시노달리타스 구현을 위해 ‘보편 사제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시노달리타스를 위한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명 안에서의 공동 책임’에서는 사회생활과 개인주의, 이기주의에서 벗어난 이웃 사랑의 실천과 사회와의 연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사명감을 역설했다.

춘천 만천본당이 2021년 12월 12일 마련한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단계 제2차 본당 모임에 주임 김도형 신부와 단체장들이 경청과 대화 모임을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시노달리타스적 구조와 조직의 활성화

‘교회와 사회 안에서의 대화’에서는 공동체 안의 심리적, 물리적 장벽을 넘어서고, 사회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극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그리스도교 교파들과 함께’에서는 무지와 무관심, 편견과 우월감을 넘어서 이해와 배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위와 참여’는 권위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제평의회, 교구 사목 평의회, 본당 사목 평의회, 재무평의회 등의 제도와 구조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식별과 결정’에서는 사목자들의 독단적 의사 결정의 문제와 함께 성직자들 역시 과도하게 부과된 책임 의식과 결정 구조 속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합당한 근거는 ‘여론’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임을 강조하고, 이에 따라 기도와 전례가 동반된 식별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노달리타스 안에서 이루는 우리의 양성’은 교육과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느님의 자녀답게 말하는 능력과 경청 방법, 성령의 말씀을 식별하는 교육의 기회가 필요하다. 평신도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사명감을 심어주며, 다양한 만남과 대화, 체험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 시노드 교회를 향하여

의견서는 결론에서 시노드 교회를 향한 다짐과 제언을 피력했다.

첫째, 하느님 백성의 모든 구성원들이 고유한 정체성과 사명을 살아가며 공통된 사명을 수행함을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둘째, 사목 평의회를 비롯한 다양한 소통 창구를 제도적으로 마련해 더 많이 소통한다. 셋째, 변방으로, 즉 소외된 이들에게로 나아가려는 교회의 근본 사명을 실천한다. 넷째,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 북한 지역의 복음화를 위한 지원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며, 다섯째, 생태적 회심에 따라 생태계와 환경 보전을 위한 실천과 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나간다.

미국 필라델피아대교구 젊은이들이 4월 4일 라살 대학교에서 시노드 경청 모임을 하고 있다. CNS

◎ 각국 종합 의견서 주요 주제

성직주의와 수직적 권위주의, 전 세계 공통 고민거리

전 세계 각국 주교회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를 마치면서 나라별로 교구 단계 경청 모임에서 제안된 의견들을 종합한 종합 의견서를 교황청에 제출했다.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국에 따르면, 전 세계 114개국 주교회의 중 112개국 주교회의의 의견서가 취합됐다. 교황청은 이를 바탕으로 내년 1~3월 열리는 대륙별 단계의 회의에서 논의할 의안집 초안을 작성,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각국 주교회의는 의견서에서도 한국교회의 종합 의견서가 담고 있는 제안들과 마찬가지로 시노달리타스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각국 교회의 현실을 성찰하고,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10가지 핵심 주제에 따라 제시했다.

모든 나라의 의견서는 공통적으로 시노드 초기의 회의적인 태도에 대해 언급한다. 하지만 시노드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회의적인 시선은 시노드 교회의 친교와 참여의 체험을 통해 기대와 희망으로 바뀌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교회의 개혁 과제나 사목적 관심사는 대부분 의견서에서 공통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대륙별로, 국가별로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유럽과 북미 지역의 주교회의에서는 성직자 성추행 문제가 강하게 나타나는 반면, 아시아 지역 주교회의에서는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다. 하지만 성직주의와 이로 인한 대화와 경청의 단절, 수직적 권위구조와 평신도의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참여의 문제는 모든 주교회의 의견서에서 예외 없이 주요한 주제로 나타나고 있다.

LGBT, 즉 성 소수자 문제는 독일과 아일랜드에서 가장 빈번하게 주요한 사목적 과제로 제안됐고,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많은 지적이 있었다. 성직자 성추행 문제에 대한 지적도 독일과 아일랜드, 프랑스 주교회의 의견서에서 중심 주제로 논의됐다.

하느님 백성의 구성원인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관계와 공동 책임성, 평신도의 참여 확대에 대한 요청은 모든 의견서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된다. 여성 부제품에 대한 논의는 유럽과 북미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 남미에서도 언급된다. 상대적으로 아시아에서는 여성 부제 문제가 중심 주제로 나타나지 않지만, 교회 안의 여성의 지위와 차별에 대한 지적과 개선의 요구는 아시아교회들에서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그밖에 주요한 주제로는 청년 사목, 빈곤과 인종 차별,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두드러지고, 소외된 이들, 특히 성 소수자와 이혼 후 재혼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의 요청 등이 논의됐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