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붓글씨 성경 필사본 전시하는 백순희 서예가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2-10-04 수정일 2022-10-04 발행일 2022-10-09 제 3313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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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으로 평화 누리는 비결 알리고 싶어”
15년 만에 필사한 신구약 전권
2년째 쓰는 한문 성경도 전시
25일까지 대구 상인성당 강당

대구 상인성당 ‘붓길 하느님’ 전시장에서 성경 필사본을 안내하고 있는 백순희 서예가.

백순희 서예가(바울라·72·대구 상인본당)가 17년 동안 붓글씨로 쓴 성경 필사본을 전시한다. ‘붓길 하느님’이라는 주제로 10월 2일부터 25일까지 대구 상인성당 특별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2년째 쓰고 있는 한문 성경 필사본도 전시한다.

팔공 서화 예술대전 대상 등 서예계에서는 여러 차례 수상으로 인정받은 40여 년 경력의 백 서예가. ‘붓글씨로 성경을 적어 책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2005년 붓글씨 성경 필사를 시작했다.

“성경을 쓸 때면 ‘주님, 저에게 지혜를 주시고 깨달음을 주십시오. 주님의 말씀 잘 기록하겠습니다’라면서 기도로 시작해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로 끝을 맺습니다.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필사에 집중하면 주님께서 항상 저와 계심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예기치 않은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의 건강 문제 등으로 매 순간이 고통이었던 백 서예가. 그는 성경을 쓰면서 하느님과 가까워지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드디어 2020년 성경 필사를 완성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느낀 백 서예가는 한문 성경 필사를 위해 다시 붓을 들었다.

“제 삶이 평화로워졌습니다. 언제나 제 곁에 계신 하느님께 의지하면 아무 걱정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해주시리라 생각하고 그저 하느님께 맡깁니다.”

백 서예가는 “붓으로 만난 하느님을 다른 신자들도 느낄 수 있도록 전시를 열어달라”는 본당 주임 장병배(베드로) 신부의 제안으로 이번 전시를 시작했다. 백 서예가는 이번 전시가 많은 신자들에게 성경에 맛 들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성경 말씀을 집중해서 쓰면 머리에도 쏙쏙 들어가고, 깨달음을 얻으면서, 결국 마음 깊은 곳으로 말씀이 가닿는 것을 느낍니다. 혹시 성경 필사를 망설이신다면 일단 붓이든 펜이든 잡아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종이에 쓰는 글씨이지만, 어쩌면 내 마음에 새기는 것과 같을 수 있습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