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중)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9-27 수정일 2022-09-27 발행일 2022-10-02 제 331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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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요청에 따라 끊임없이 쇄신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는 시대적 징표에 따라 수도회의 활동 방향을 끊임없이 쇄신함으로써 세상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한다.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 제공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는 창설 때부터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형태의 수도생활을 교회에 제시했다. 이는 창설 당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총회 때마다 성령 안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교회 안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그에 따라 3차례 회헌을 개정하고 조직을 변경해 시대적 요청에 적극 부응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1936년 창설부터 현재까지 86년의 수도회 역사 안에서 교회와 세계는 커다란 변화들을 맞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교회는 세상을 향해 창문을 열었고, 구소련의 공산체제 붕괴에 따라 동유럽 국가들은 자유화의 물결을 맞이했다.

이러한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은 수도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수도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교회가 세상 속에서 해야 할 일을 더욱 구체적으로 모색했다. 또한 동유럽 국가들의 자유화는 그동안 지하에서 수도생활을 하던 수도회의 수도자들이 공적으로 서원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2년 총회에서는 수도회 명칭을 ‘The Society of Our Lady of the Way’(길의 성모 수도회)에서 ‘Secular Institute Madonna della Strada’(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로 바꾸고 수도회 정신을 시대적 징표에 더욱 적합하도록 노력했다.

2018년 총회에서는 한 번 더 회칙을 개정,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을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음에 주목해 수도회 최하위 공동체는 두 명으로도 구성이 가능하도록 했고, 수도회 의사 결정 체계도 보다 단순화시켜 회원들의 개별적인 사도직 수행이 원활하도록 했다. 이러한 개편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해 각 관구에서 지역적 사안을 자체로 결정함으로써 효과적인 자치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수도회는 공동 사도직을 갖지 않고 개별적 사도직을 수행함으로써 복잡한 세상 속에 깊이 들어가고자 노력한다. 특히 교회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곳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하느님의 현존을 선포한다.

교회를 떠나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매개로 다가가 복음을 선포하는 사도직, 소외된 시골에서 기도생활을 하는 침묵의 복음선포, 균형이 깨진 가정의 청소년을 돌보는 사도직, 요양시설에서 질병과 죽음의 고통을 마주한 이들에게 주님의 위로를 전하는 사도직 등은 특히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사도직들이다.

수도회의 사도직은 앞으로도 시대적 요청에 열려있다. 이러한 개방성을 바탕으로 각 회원의 의사를 존중하고 공동체가 지지함으로써, 모든 회원들은 개별 사도직을 통해 수도회의 정신을 함께 실현해나간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