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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 추천 도서] ‘이성효 주교 PICK’ 「아이에게서 배우다」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2-08-23 수정일 2022-08-23 발행일 2022-08-28 제 330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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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안에서 아이들 키우며 사랑의 의미 깨닫는 에피소드 담아
가정의 참된 가치 회복하려는 신앙인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
아홉 살, 두 살의 두 아들을 둔 필자 서의규(베드로)씨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옛날 아버지 어머니가 베푸셨던 사랑이 그대로 흘러가는 것을 발견한다. 아버지와 했던 몸 장난이며 배를 어루만져 주신 크고 따듯한 손, 어머니가 끓여 주신 보글보글 찌개와 빨아서 햇볕에 말린 뽀송뽀송한 이불 등. 그런 기억 속에서 필자는 새삼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의 기억을 떠올린다. 자녀들에게서 자신들이 받은 사랑의 물길을 다시 한번 길어 올리는 셈이다. 신앙의 흐름도 다를 바 없다.

교구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가 추천한 이 책은 신앙도 부족하고 육아도 서툰 아버지가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가족 이야기다. 큰아이가 첫영성체를 하게 될 무렵부터 시작해 작은아이가 다시 첫영성체를 앞둔 시기까지 4년 동안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 주교는 “한 가정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좌충우돌 넘어지고 일어서면서 아이와 함께 크는 아빠의 따듯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며 신자들에게 추천했다.

책에는 아빠가 가족을 이끌고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신앙고백과 같은 장면들이 가득하다. 특히 첫영성체 준비 과정은 때론 짠하면서도 훈훈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을 모시기 위한 중요한 시기이기에 가족이 다 함께 참여하는 생생한 모습에 공감하는 가족이 많을 듯하다. 성경 쓰기를 함께하는 아빠, 아이가 외워야 할 기도문을 번갈아 함께 외워 주는 엄마, 형의 전례 참례를 부럽게 바라보는 막내, 마지막 관문 첫영성체 찰고를 앞두고 당사자 아이보다 더 떨렸던 부모의 마음이 섬세하게 전해진다. 이런 과정은 부모들 자신이 신앙 활동과 신앙 교육에 더 많은 열의를 보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아울러 길러준 부모의 마음을 더 깊이 깨닫는다. 어린 시절 동생과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아버지와 어머니 눈빛과 따듯한 가르침이 문득문득 떠오르며 그때는 알지 못했던 부모의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사랑임을 미처 알지 못했던 시간이 아이들을 키우는 순간순간 선연하게 떠올라 가슴에 꽂히는 것을 마주한다.

이미 돌아가셨지만 지우지 못한 생전의 아버지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드려 안부를 묻고 싶어지기도 했다는 고백은 부모님 생전에 잘 보살펴 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모든 아들딸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은 부모를 떠올리며 그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 다리가 된다. 그렇게 필자는 진짜 어른이자 참부모로 성장한다.

“‘아버님, 효준이가 저를 행복하게 해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제게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거예요.’ 매일 듣다 보니 결석이라도 할라치면 그렇게 섭섭할 수가 없다고 하셨다. ‘효준이는 사랑을 참 많이 받나 봐요~.’ 가슴이 먹먹해져, 부러 교실 뒤편으로 눈길을 돌렸다.”(78쪽)

이 주교는 “저자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세상에서 최고가 되는 육아가 아닌, 신앙의 빛 안에서 함께 성장해 가는 육아를 선택하고 아이들을 통해 서서히 아빠가 되어가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깨닫는다”며 “그리고 더 나아가 아이를 돌보는 체험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직면하고 성찰하면서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마음을 알아듣게 되는 소중한 체험을 한다”고 소개했다.

덧붙여 이 주교는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부모가 아닌, 자녀와의 관계에서 사랑도 부족함도 서로 주고받으며 배우고 나누면서 서로가 함께 성장해 가는 아빠이자,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과의 관계도 깊어져 가는 모습은 참 감동적”이라고 밝혔다.

또 “가정이야말로 기도 안에서 서로 경청하고, 친밀함을 나누며, 함께 순례의 길을 나서는 ‘작은 교회’요, ‘참교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가족 이야기는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모델로 볼 수 있다. 가족 중심에 있는 ‘신앙’은 평범한 일상과 육아를 특별하게 만든다. 자녀들과의 관계를 통해 나날이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지며 늘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체험하는 부모는 신앙이 아이들에게 대물림되는 하느님의 은총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성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신앙인과 가족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가정의 참된 가치를 회복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다.

“심각한 가정 위기를 겪으며, 교회는 가정의 구성원 각자가 가정 사목의 주인공임을 인식하고 자신의 소명과 책임을 되돌아보며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가정의 참된 가치를 되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이 주교는 “순례의 여정에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이 각자 고유한 모습 그대로 ‘사랑의 기쁨’이 가득한 가정의 향기를 세상에 발하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