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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 추천 도서] ‘이용훈 주교 PICK’ 「푸른 물고기」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2-07-26 수정일 2022-07-26 발행일 2022-07-31 제 330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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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향한 사랑의 감성 듬뿍 담아낸 복음 묵상
과테말라 소녀 보호시설 사목하는 홍승의 신부 복음 묵상집
‘편지로 읽는 마르코 복음서’ 독특한 데칼코마니 방식 인상적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추천한 책은 홍승의 신부(가브리엘·청주교구)가 쓴 「푸른 물고기」다. ‘편지로 읽는 마르코 복음서’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말 그대로 편지처럼 쓴 마르코 복음에 대한 묵상집이다.

중앙아메리카 과테말라에는 ‘천사의 집’이라는 여자아이들 보호 시설이 있다. 대부분 빈곤과 학대, 폭력 등 상처를 지닌 채 이곳에 온다. 저자 홍승의 신부는 여기 ‘소녀’들의 아빠다. 2006년부터 함께 살고 있다. 저자는 ‘큰딸’이라 부르는 훌리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 책을 썼다.

이용훈 주교는 “2020년 출간됐지만 4쇄를 거듭할 만큼 한번 잡으면 놓기 어려운 책”이라며 “많은 이의 답답하고 가려운 곳을 해결해 주는 기묘한 매력을 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루함 없이 신명 나게 읽을 수 있으며 명탐정이 수사의 목표물을 찾아가듯이 예수님의 참모습을 느끼면서, 사람의 심리 상태를 여과 없이 들여다보는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평했다.

“물고기라는 제목도 심상치 않다”고 말한 이 주교는 “물고기는 늘 깨어있으며 원대한 꿈을 꾸면서 넓은 바다를 향해 부단히 움직이는 상징적인 존재이기에, 여기에는 참되고 올바른 꿈이 이뤄지는 살아 봄직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애절함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마르코 복음 전체를 관통하는 하느님의 나라, 복음, 예수님이 꿈꿨던 세상, 그분의 죽으심과 부활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주교는 “몇 번을 읽어도 진한 감동을 주는 편지 33편이 250쪽 안에 보석처럼 다소곳이 담겨 있다”며 “순서 없이 어떤 편지를 펼쳐 읽어도 감칠맛이 솟아오른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주교는 ‘예수님께서 공생활 시작하시기 전 광야로 가시는데, 광야는 바로 모든 인간 욕망에 대한 유혹과 싸워 잠재워야 하는 자리이고, 죽은 후 육신이 머물게 되는 모든 욕망과 유혹이 끝난 자리’라는 저자의 설명에 주목하고 “세상 욕심에 찌든 우리에게 많은 묵상거리를 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저자 홍승의 신부가 복음서 정리를 결심한 것은 천사의 집을 운영하는 다사다난한 일상에서 ‘한번쯤 우아함을 찾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복음서를 읽어 준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당당하고 우아한 잔소리’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심정이었다.

복음과 아이들, 곧 딸들은 사제로 살아가며 가장 익숙하고도 무거운 말일 테지만 저자는 익숙함만을 생각하고 글쓰기에 착수했다. 하지만 곧 쩔쩔맨다. 복음서는 문자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삶으로 얻어내야 하는 해석이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살아내지 못한 만큼 복음이 어려웠고, 살아내지 못한 삶의 허점과 타협을 눈으로 보아 온 딸이란 대상들은 더 어려웠다. “우아한 잔소리를 위해 시작했지만 글은 결국 딸에게 주는 자기 고백서가 됐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이 주교의 말대로 감성이 담긴 ‘편지’라는 형식에 글들은 쉽고 선명하다. 여기에 이미지 복선을 활용한 데칼코마니 대비 방식의 묵상은 새로운 복음 묵상을 전개한다. 저자는 총 16개 장으로 이뤄진 마르코 복음서 정중앙의 8장 30절 ‘베드로의 그리스도 고백’을 기점으로 앞쪽과 뒤쪽이 같은 자리에 같은 이미지가 데칼코마니 방식으로 대비돼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맨 처음 1장 2~8절 세례자 요한의 설교와 마지막 16장 1~8절을 대비해 복음을 묵상하는 식이다. 차례대로 복음을 읽어나가는 방법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처럼 복음서 전반과 후반을 순차적으로 대비해 생각해보는 형식은 매우 새롭고 특별하다. 저자는 데칼코마니 대비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책 뒤편에 성경 장절과 함께 따로 정리했다.

이 주교는 “가난과 아픔을 지닌 청년 여성들을 위로하고 다독이며 사제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고, 수많은 인간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친자식처럼 맡겨진 딸들을 사랑하며 온몸을 바치고 있다”고 홍 신부의 활동을 전하며 “그런 점에서 예수님의 마음과 정신, 영성을 꼭 빼닮은 이 시대의 성자(聖子)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딸들을 향해 외치는 ‘하느님이 다스리는 세상은 하느님을 품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사랑이 되고, 희망이 되고, 구원이 되는 새로운 세상이다’라는 목소리가 귓전을 맴돈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코로나19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일상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 영성의 메마름을 겪는 이들에게, 주님과 참 이웃을 만나기를 염원하는 이들에게” 책을 권하며 “분명히 이 책은 영육 간 무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한 줄기 단비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추천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