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경찰의 과잉 진압과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07-19 수정일 2022-07-20 발행일 2022-07-24 제 330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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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우범자로 바라보는 차별적 인식의 결과”
사회 저변에 깔린 외국인 혐오
편향된 인식·왜곡보도가 원인
환대와 연대·개방성 바탕으로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가 2020년 6월 17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이주민 혐오와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베트남 이주노동자에게 경찰이 인권침해적 공권력을 행사한 사건과 관련해 교회 안팎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9일 광주 월곡동에서 고기 손질용 칼을 손에 들고 지인에게 가져다주고 있던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출동한 경찰에게 칼을 빼앗긴 후 테이저건을 맞고 쓰러졌다. 경찰은 쓰러져 있는 베트남 이주노동자의 상반신을 발로 찍어 누르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사무엘) 활동가는 “경찰이 아무런 위협적 행동을 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과도한 물리력을 가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체의 자유를 포함한 자유권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 것이 전 세계적인 보편 법칙”이라고 밝혔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이하 인권네트워크)는 7월 4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에 공권력 행사가 정당했는지 밝혀 달라는 진정을 제기하며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행위에 대한 공권력의 과잉행사를 넘어 국가 폭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본지에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세상의 빛’을 연재하고 있는 이주형 신부(요한 세례자·서울대교구 사목국)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이주노동자들을 향한 국민들의 편향된 인식에서 찾았다. 이 신부는 “코로나19 이후 특히나 한국인들은 동남아시아인들을 배타적이고 부정적인 정서로 인식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은 한국사회가 외국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드러내는 유의미한 지표가 된다”고 말했다.

인권네트워크는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언론이 외국인들을 우범자로 왜곡보도하고 있고, 한국사회 내 외국인 혐오도 공권력의 외국인 인권침해 배경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범죄율은 내국인 범죄율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1년 6월에 발간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2020)」에 따르면, 외국인 검거인원이 가장 많았던 2016년에도 내국인 10만 명당 검거인원은 3495명인 반면, 외국인은 10만 명당 1689명으로 내국인 검거인원지수가 외국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가톨릭교회는 2004년 5월 3일 발표된 교황청 훈령 「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Erga Migrantes Caritas Christi)에 이주사목의 활동원칙을 두고 있다. 이 훈령은 당시에 이미 2억 명이 넘는 이민자 현상을 상세히 다루면서 환대와 연대, 개방성을 바탕으로 이민자들을 공동체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살며 배우는 사회교리」 저자 황창희 신부(알베르토·인천 계산동본당 주임)는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들은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할 권리들을 자국인과 동등하게 누리도록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외국인 노동자들을 착취하려는 생각이 확산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신중하게 감시하여야 한다’는 「간추린 사회교리」 298항을 언급한 뒤 “이주노동자들이 인간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차별과 억압에 대해 국가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형 신부 또한 “이번 사건에서 공권력이 패착이나 과오에 대해 성숙한 태도를 보일 것인지가 과제로 남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