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핵발전 반대하는 교회는 바보?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7-12 수정일 2022-07-12 발행일 2022-07-17 제 330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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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기술은 창조 질서 파괴하는 ‘불의’
경제 발전이 생명권을 앞설 수 없어

2013년 10월 17일 당시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후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소책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새 정부가 탈핵발전 정책을 ‘바보같은 짓’으로 규정했다. 그에 따르면 확고하게 핵무기와 핵발전을 포함한 모든 핵기술을 반대하는 가톨릭교회는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가톨릭교회는 명확하게 모든 핵기술을 반대한다. 교회의 이러한 입장은 주교회의가 2013년 11월 발간한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 핵발전에 대한 한국천주교회의 성찰」에 자세하게 정리돼 있다.

이 소책자는 같은 해 10월 열린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의 결정에 따라 발간된 것으로 “핵발전이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미래세대에 재앙을 물려준다”는 확신에 따른 것이다. 주교회의는 특히 핵기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킨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원자력발전’이라는 용어 자체를 배제하고 ‘핵기술’을 공식 용어로 채택하고 있다.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은 119항에서 핵과 관련해 특히 생명권과 환경권의 문제를 제기한다.

“핵과 관련하여 성찰할 대목은 특히 생명권과 환경권이다. 핵기술(핵무기와 핵발전)은 생명권과 환경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우리의 생명권을 보호하려고 핵무기를 갖는다는 핵억제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 핵발전이 경제 발전을 위한 수단이라는 논리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누구나 경제적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그 어떤 권리도 생명권을 앞설 수는 없다.”

131항에서는 “소외와 착취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핵무기와 핵에너지는 재화의 보편 목적과 공동 사용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135항에서는 “정부와 기업, 과학과 언론 모든 분야는 핵무기와 핵발전과 관련해 윤리적 성찰을 하지 않은 채 오직 경제 논리로만 접근한다”고 비판했다.

주교회의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각종 문헌과 성명을 통해 핵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2018년 6월 5일 환경의 날 담화에서는 “핵발전과 석탄발전은 우리의 생명을 담보로 한 에너지 생산 방식”이라고 규정했고, 2019년에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들어 “핵발전소의 사고는 일어날 수 있고 방사능 문제는 인간의 능력 범위 밖”이라고 말했다.

결국 가톨릭교회가 핵무기뿐만 아니라 핵발전을 포함한 모든 핵기술을 반대하는 것은 창조주에 대한 믿음, 동시대의 인간들에 대한 책임, 모든 피조물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며, 핵기술이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파괴하는 ‘생태적 불의’이기 때문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