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선천성 당뇨 합병증 시달리는 로베로씨

이나영 기자
입력일 2022-07-05 수정일 2022-07-05 발행일 2022-07-10 제 330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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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갈 수 없어요, 애들도 못 먹이는데…”

7년 전 사고로 남편 여의고
혼자서 어렵게 두 아들 키워
꾸준한 관리·치료 필요하지만
인슐린 주사로 겨우 버틸 뿐
변변한 일자리조차 못 구해
빚만 늘어가는 막막한 현실

하루 3번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로베로씨. 혈당을 재는 모습을 둘째 아들 현우군이 바라보고 있다.

“건강해져서 아이들을 잘 돌보고 싶은데, 방법을 못 찾겠어요….”

메리 디르 로베로(마리아·46·안동교구 문경 점촌동본당)씨는 내내 눈물을 훔쳤다. 울먹이는 그녀 곁에는 둘째 아들 현우(마태오·9)군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로베로씨의 현재 체중은 35㎏. 선천성 당뇨로 인한 각종 합병증들이 그녀를 괴롭히지만, 그녀에겐 자신의 몸을 돌볼 여력이 없다.

필리핀 출신 로베로씨는 호주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할 만큼 건강했다. 그곳에서 강원도 태백 출신의 한국인 남자를 만났고 2004년 한국으로 와 결혼식을 올렸다. 첫째 아들 효열(바오로·17)군이 태어날 때만 해도, 앞으로의 삶이 두렵지 않았다. 7년 전, 불의의 사고로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둘째는 겨우 2살. 남편이 떠난 충격을 추스르기도 전에 빚쟁이들이 밤낮없이 집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집을 팔아 남편이 지고 있던 빚을 갚고, 태백을 떠났다.

“남편의 죽음도, 빚쟁이도 잊을 수 있는 새로운 곳에서 살고 싶었어요.”

경북 문경에 자리를 잡은 것은 5년 전. 1년에 240만 원 사글세 집을 구하는 데 가진 모든 돈을 썼다. 아이들을 키우려면 돈이 필요했고,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식당 등을 전전했지만, 로베로씨의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왔다. 일을 하다 정신을 차려보면 응급실인 경우가 잦아졌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잇몸이 무너지고, 체중은 자꾸 줄어들었다. 현재 그녀의 공복혈당은 400 정도. 결근이 잦고 자꾸 쓰러지는 로베로씨를 써주는 곳은 없었다. 인슐린 주사를 하루 3번 투여하지만, 다른 검사나 치료는 받아본 적이 없다.

“나한테 쓸 돈은 없어요. 애들도 제대로 못 먹이는데, 내가 병원에 가면 안 돼요.”

혈혈단신으로 버티던 올해 3월, 필리핀에 계시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친정 아버지와 오빠도 당뇨 합병증으로 수년 전 세상을 떠난 상황.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가 위독하다는데, 필리핀으로 달려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병원비를 송금하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생활비와 병원비 등으로 쌓인 빚만 600여만 원.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는 것도, 가족을 돌보는 것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임을 낯선 땅 한국에서 처절하게 알아가고 있다.

“할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어요.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매일 기도해요.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요. 어른이 될 때까지…, 그때까지만 제 몸이 버텨주면 좋겠어요.”

다문화자녀 공부방 ‘성바오로배움터’를 운영하는 윤 안나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는 로베로씨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로베로씨가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들을 챙겨주세요…’하면서 울더라고요. 죽음까지 갈 수 있는 병이 당뇨잖아요. 관리·치료가 정말 절실한 상황이에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2022년 7월 6일(수) ~ 2022년 7월 26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