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가정의 해'에 만나는 성가정] (15)감골본당 심진섭씨 가족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2-06-14 수정일 2022-06-15 발행일 2022-06-19 제 329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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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흔들리지 않는 신앙, 유산으로 물려줘야죠”
삶의 고비와 갈등 속에서도
하느님 깊은 사랑 체험하고
본당 일선에서 봉사 힘쓰며
자녀들에게 신앙 모범 보여

6월 12일 심진섭씨 가족이 본당 성모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김혜영씨, 손녀 최세연양, 손자 최태연군, 심진섭씨, 사위 최동원씨, 딸 심효영씨, 아들 심재병씨. 심진섭씨 가족 제공

심진섭(안드레아·72·제2대리구 감골본당)·김혜영(데레사·67) 부부가 두 자녀 효영(이영희 막달레나·41)과 재병(박후제 요한·39)씨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첫 번째는 조건은 가톨릭 신앙이다. 부모 입장에서 결혼과 관련한 여러 문제는 자녀들 뜻을 우선 존중할지라도 ‘무조건 천주교 신자여야 한다’는 의견은 양보 못하는 사안이다.

몇 년 전 첫째 효영씨가 결혼할 때도 이 조건은 타협 불가였다. 당시 예비 사위 최동원(이광열 요한·43)씨는 선교사를 할 만큼 열심한 개신교 신자였다. 최씨의 부모들도 교회에서 장로·권사를 맡고 있었다. 영세 후 결혼해 견진까지 받은 최씨는 지금 심진섭·김혜영 부부와 같은 본당에 다니며 주일학교 교사, 성인 복사단으로 활동한다.

최씨는 “같은 신앙으로 성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기로 결심했다”며 “무엇보다 장모님께서 예비 신자 교리를 받던 중 기도문을 새롭게 익힐 때 잘 모르는 부분을 곁에서 세세하게 가르쳐 주시고 이끌어 주셨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제는 두 손자 손녀가 기도를 배우고 하느님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신다”고 말했다.

“신앙만큼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확고한 마음”이라는 심진섭·김혜영 부부는 “결국 그로 인해 온 가족이 신앙 안에서 하나 되고 성가정 축복장도 받는 오늘을 선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굳은 믿음은 삶의 고비를 넘으며 체험한 하느님의 깊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개신교 신자였던 부인 김씨는 결혼 후 무속 신앙에 심취했던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었다. 남편 일이 잘되지 않으면, 김씨 신앙을 이유로 굿을 하기도 했다.

마음의 숨 쉴 곳이 필요했던 김씨는 인근 성당의 성모상에 왠지 모르게 이끌려 어느 날 무작정 미사에 참례했다. ‘성당에 처음 왔다’는 말에 주임 신부가 직접 예비 신자 교리반을 소개했다. 그리고 1987년 김씨는 남편, 어린 두 자녀와 함께 하느님 자녀가 됐다.

그때부터 부부는 레지오마리애를 비롯한 본당 단체 활동을 시작하며 신앙을 키웠다. 특히 김씨는 쁘레시디움 단장, 반장, 구역장, 지역장, 성모회장, 상임위 부회장 등 안 해본 역할이 없을 정도로 봉사 일선에 섰다. 현재 소속 쁘레시디움에서 단장만 12년째다. 남편 심씨는 최근까지 연령회 등에서 활약했다.

자녀 신앙 교육에도 소홀함이 없었다. 밤 9시만 되면 딸 아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쳤다. 9시에 시청하던 TV를 끄고 촛불을 켜면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기도 시간’으로 알고 성모상 앞에 앉았다.

김씨는 묵주기도와 관련해서 잊을 수 없는 당시 일화를 들려줬다. 김씨와 자녀들만 묵주기도를 바치던 중 남편 심씨로부터 교통사고가 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집으로 오던 중 사고가 생겼는데, 차가 굴러 전부 부서졌음에도 심씨는 거의 다치지 않았다. 가족들은 이를 성모님의 돌보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으로 변변하게 물려줄 것이 없지만 신앙만큼은 유산으로 꼭 물려주고 싶었다”는 김씨는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사는 것이 녹록지 않았던 상황에서 하느님을 유일한 버팀목으로 삼아 살아갈 수 있었던 경험을 자녀들도 알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그 시기를 거친 효영·재병씨는 본당 청년회에서 열심히 활동했고 효영씨는 전례부장, 재병씨는 지구 회장을 맡아 봉사했다.

부부와 함께 사는 재병씨는 요즘도 김씨가 이마에 그어주는 십자가 축복을 받고 출근길에 나선다. 손자 손녀들을 만날 때도 김씨는 늘 이마에 십자가를 그어준다. 그래서 손자 손녀들은 할머니를 만나면 당연히 기도하는 것으로 안다.

부부는 자녀들에게는 물론 손자 손녀에게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주일’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한다. 일단은 “어떤 자리에서든 ‘성호경’부터 긋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족과 손자 손녀 이름을 기억하며 만남의 축복, 좋은 것을 기억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는 부부는 “세상에 물들지 않고 예수님 성모님께 사랑받을 수 있는 성가정으로, 가족 모두 열심한 신앙인으로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