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주교회의 생태환경위, ‘기후위기 극복과 지속 가능한 사회’ 주제 심포지엄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6-07 수정일 2022-06-07 발행일 2022-06-12 제 329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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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의 벗어나 생명 중심 미래로 나아가야”
기후위기 비롯 생태문제 원인 진단
무분별한 자유주의 시장경제 성찰
종교인의 창조질서 회복 역할 기대
인간-환경 관계 치유하는 경제 강조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6월 6일 수원교구청에서 ‘기후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주제로 연 정기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는 6월 6일 수원교구청 2층 대강당에서 2022년 정기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성장주의와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점을 성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의 건설을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모색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2개 발제로 진행, 첫 발제에서는 김현우 위원(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이 ‘기후위기와 지속가능 발전목표와의 관계’를, 두 번째 발제에서는 심현주 교수(율리아나·서강대 신학대학원)가 ‘시장경제와 기후위기의 관계’에 대해서 발표했다.

■ 문명의 위기, 성장주의에서 비롯

특히 이날 발표자들은 현재의 기후위기가 단지 자연 환경의 오염이라는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기후변화의 위기가 산업혁명 이후 지속적으로 세계 문명의 주류로 이어지고 있는 무제한적인 성장주의로부터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따라서 현재 6번째 대멸종을 거론할 정도로 위기 상황에 처한 지구 생태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성장주의의 신화로부터 탈피해 탈성장의 거대한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격려사를 통해 “오늘날 세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기후위기와 감염병 등 가장 위태롭고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쉽게 쓰고 버리는 것이 미덕인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생명 중심의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위원은 발제에서 인간의 무제한적인 화석 연료 사용과 인구 증가로 인한 1.5℃ 티핑 포인트의 위기에 대한 과학적 증거 자료들을 요약한 뒤,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 노력을 정리했다. 김 위원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안 모색의 일환으로 제시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의미를 점검했다.

김 위원은 특별히 기후위기의 원인에 대해 ‘무분별한 이윤 동기와 무질서한 자유주의 시장이 낳은 대량생산과 소비의 경제 체제를 지닌 자본주의’를 비롯해 자연과 종의 착취와 억압 체제의 구조화, GDP를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숫자로 만든 관료 체제 등을 꼽았다.

김 위원은 특히 “GDP는 삶의 질을 잰 것이 아니라 시장 가격으로 환산되는 생산물의 총합”이라며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요소들과는 상관없는 지수로서 오히려 사람을 다치게 하고 생태계를 악화시키는 개념이므로 그런 개념의 집착에서 해방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종교인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표시하고 “하느님의 창조질서 회복이라는 종교적인 언어를 통해 종교인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투신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다”며 “우리가 모두 과학자가 아니지만 누구나 각자 자신의 고유한 네트워크와 능력으로 각자 할 수 있는 것들을 함으로써 기후위기에 대한 나름의 의미 있는 대응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제 생태론과 경제 민주주의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심현주 교수는 ‘자유시장 경제와 생태위기의 관련성’을 주제로 나선 발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제안한 ‘통합 생태론’의 관점에서 오늘날 주류 경제인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를 성찰했다. 특히 심 교수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은 이미 당연한 전제일 뿐이며 총체적 난국은 인간과 자연으로 이뤄진 전체 생명 공동체의 난국이라는 관점에서 ‘경제 생태론’의 전망을 모색했다.

심 교수는 우선 신자유주의적 세계시장경제의 성장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것이 오늘날 지구촌에 가져온 총체적 위기의 정체를 규명했다. 심 교수는 특히 경제와 국가 권력의 결합, 즉 금권정치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같은 체제가 가능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로서 초국적 기업들의 특권적 횡포를 지적했다.

심 교수는 결국 ‘경제 생태론’이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경제 생태론이 가능한 제도적 틀로서 ‘경제 민주주의’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경제 생태론은 문명화된 경제질서를 요청한다”며 “문명화된 경제란 성장 중심의 시장 경제를 극복하고 인간-인간, 인간-환경의 관계를 치유하는 총체적 도덕 질서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이는 “지구를 지배하는 근대의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전복하는 것이고 차별과 파멸을 전제하는 성장을 행복이라고 주장하는 근대의 문명을 거부하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통합 생태론은 인간 중심에서 생명 중심의 미래로 나아가는 힘겨운 여정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