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장애인식 개선 앞장서는 DCU 맑은소리하모니카앙상블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2-05-24 수정일 2022-05-24 발행일 2022-05-29 제 329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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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문 걸어 잠근 장애인들을 세상 무대로 초대하고 싶어”
국내외 1000여 회 공연
음반 2장 낸 전문 연주단
연주와 장애인식 개선 강연

DCU 맑은소리하모니카앙상블이 5월 21일 대구가톨릭대 교목처 성당에서 열린 인성캠프 중 하모니카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박성철·최혁·정민성·표형민·김가을·김기수·박창호 단원.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식전행사에는 장애인 연주단 ‘DCU 맑은소리하모니카앙상블’(단장 노봉남 다미안)이 공연을 펼쳐 국민의 관심을 모았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통합 의지를 전하기 위해 출연한 이들은 국내외 1000여 회 공연을 이어오며 세상에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를 선사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총장 우동기 파스칼) 학교기업 DCU 맑은소리하모니카앙상블을 만났다.

■ ‘정상인’ 아니라 ‘비장애인’

5월 21일 오후, DCU 맑은소리하모니카앙상블(이하 앙상블)은 대구가톨릭대 교목처 성당에서 열린 신입생 대상 ‘인성캠프’에서 흥겨운 하모니카 연주를 선사했다. 인성교육 특성화 대학으로 평가받는 대구가톨릭대는 인성캠프를 신입생 필수과목으로 진행하고 있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인성캠프에서 앙상블은 마지막 순서인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담당한다. 7명의 단원들은 우리가 주로 접하는 트레몰로 하모니카에서부터 베이스 하모니카, 코드 하모니카 등을 사용하며 화려한 연주솜씨를 뽐냈다.

리더 표형민씨가 강연을 마친 뒤 솔로곡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연주하고 있다.

연주가 잠시 멈추고, 팀의 리더 표형민(야고보)씨가 학생들에게 ‘장애’를 주제로 한 강연을 시작했다.

“우리는 장애를 지니지 않은 사람을 표현할 때 ‘정상인’ 또는 ‘일반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표현은 장애인이 비정상인이라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는 일종의 오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이 아니다라는 의미에서는 ‘비장애인’으로 표현하는 것이 알맞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표씨는 두 손과 두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지체장애인이지만, 구족화가이자 하모니카 연주자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학생들은 막연히 우리와는 다른 세상 사람으로 생각했던 장애인에 대해 조금씩 더 이해할 수 있게 됐고, 표정 또한 강연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진지해졌다. 표씨의 이야기에는 일방적 주장이나 가르치려는 자세는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일관되게 희망과 용기를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권유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해 좌절하고 있는 저희에게 하모니카를 배우지 않겠냐고 권유해 주신 노봉남 단장님의 따뜻한 손길, 그리고 제 목에 걸려 있는 하모니카 홀더와 같은 여러분의 작은 손길이 모이고 모이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날 인성캠프에 참가한 이희경 신입생(언어청각치료학과)은 앙상블의 공연에 대해 “그동안 장애인분들에게 무관심하게 살았구나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며 “장애인이 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편견 없이 사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 동아리에서 전문 연주단으로

앙상블 단원들은 결성에서 현재까지 13년을 동고동락한 사이다. 리더인 표형민씨를 비롯해 정민성(베난시오)·박성철(다미안 드 베스테르)·최혁(라파엘)·김기수(요한)·박창호(모세)·김가을(체칠리아)씨 모두 대구의 공립 지체장애아 교육기관인 성보학교 출신들이다.

앙상블은 2009년 당시 성보학교 교사였던 노봉남 단장이 재학생들의 재활치료와 특기개발을 위해 결성한 작은 동아리에서 시작했다. 결성 때만 해도 앙상블 단원들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아니, 삶의 어떤 즐거움도 찾지 못한 상태였다. 그랬던 그들이 하모니카를 매개체로 재능을 발휘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앙상블은 지난 13년 동안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영국 등 해외공연을 포함해 1000여 회 공연을 펼쳤다.

지금은 능숙한 솜씨를 보여주지만, 그들도 처음에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공연을 끝내자마자 실신하는 단원이 있을 정도였다. 단원 최혁씨는 “무엇보다 폐활량을 늘려 청중들에게 보다 풍성한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 덕에 지금은 2개의 앨범을 발표한 전문 하모니카 연주단으로 거듭났다. 2018년 6월에는 전국 최초의 문화예술분야 학교기업으로 전문성을 갖추게 됐다.

앙상블은 지난해 9월 1일부로 대구가톨릭대 인성교육원(원장 전재현 베네딕토 신부) 소속 문화예술분야 학교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대구가톨릭대에 새 둥지를 틀면서 앙상블은 단원들에게 안정된 연주환경을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동시에 꿈과 재능을 가진 장애 학생들을 발굴·육성하는 일에도 매진하게 됐다. 단원들은 대구가톨릭대와 함께하면서 지난 2월 25일 인성교육원장 전재현 신부 집전으로 세례도 받았다.

앙상블은 매년 1회 정기연주회와 기업 및 각종 기관의 초청공연, 찾아가는 자선공연, 장애공감 분위기 확산을 위한 비장애인 대상 공연도 진행하고 있다. 앙상블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공연도 늘어나고, 청중도 더 다양해졌다. 5월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이어 5월 22일에는 KBS ‘열린음악회’를 통해 청와대에서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꾸준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원들은 이번 여름에 더 나은 변화를 위한 집중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 편견 깨고 공존으로

단원 정민성씨와 박성철씨는 어느 초등학교 공연에서 받은 손편지가 자신들의 마음가짐을 다잡는 ‘터닝포인트’(Turning Point)가 됐다고 말했다.

“장애인은 못 할 줄 알았는데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제 앞으로 좀 힘든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며 살 거예요.”

단원들은 고사리손으로 적어준 솔직담백한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날 이후 단원들은 예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서게 됐다. 메시지가 특별하지 않더라도, 어떤 이에게는 큰 의미가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어르신들도 꾸준히 찾아가고 있다. 단원 김가을씨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마음의 고통을 돌봐주는 것 같아 의미가 있는 활동이다”라며 수줍게 말했다.

단원들의 궁극적인 활동 목표는 무엇일까? 설립 당시에는 ‘당당하게 세상에 나와 소통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 목표를 넘어섰다.

리더 표형민씨는 “비장애인들이 가질 수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최대한 깨어지고, 서로 진심으로 어울려 공존할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실질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표씨는 또 “우리 메시지를 들은 사람들 가운데 여러 가지 장애 등으로 몸과 마음이 힘든 분들에게, 안에만 있지 않고 밖으로 나오면 정말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공연문의 053-850-3930, dcuharmonica.cu.ac.kr DCU 맑은소리하모니카앙상블

DCU맑은소리하모니카앙상블 단원들이 5월 22일 청와대에서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인성교육원장 전재현 신부(뒷줄 맨 왼쪽), 노봉남 단장(뒷줄 맨 오른쪽)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DCU맑은소리하모니카앙상블 제공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